‘이자 300% 일수라도 쓴다, 살려면’… 벼랑끝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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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에 허덕이던 저신용 자영업자들이 경기 불황까지 짓누르자 일수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씨는 "그나마 등록번호를 부여 받은 정식 업체에서 빌려 사정이 낫지만, 선이자를 떼는 방식의 불법 일수업체에 내몰린 저신용 자영업자들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받은 대출 탓에 추가로 돈을 빌리지 못해 일수에 손을 내민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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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상황 놓인 업주들 손 벌려
코로나19 여파에 허덕이던 저신용 자영업자들이 경기 불황까지 짓누르자 일수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대부업체마저 조달금리 상승을 이유로 신규 대출을 중단한 데다, 저신용자 정책자금 대출도 까다로운 조건에 이용하기 어렵자 ‘하루살이 삶’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3.1㎡(약 7평)짜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40)씨는 지난해 말 한 일수업체를 찾았다. 100일 만기로 300만원을 빌려 매일 3만6000원(연 이자율 140%)씩 갚아나가는 상황이다. 인건비라도 아끼기 위해 매일 15시간씩 일을 해 빚을 갚고 있다. 이씨는 17일 “당장 다음날 영업에 써야 할 재룟값조차 없다 보니 일수에 손을 벌렸다”며 “지금 난 일수에 갇혔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일수를 찍은 건 2년 전이다. 2019년말 카페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터졌고, 정부가 전기요금 납부를 유예했다가 갑자기 일시 청구하면서 급하게 돈을 마련해야 했다. 매출은 이미 반토막이 난 상태였다. 결국 일수업체에서 100만원을 빌렸다. 그 뒤 갚고 다시 빌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누적 금액은 1000만원까지 불어났다. 매일 상환하는 것이 버거울때가 많지만, 당장 설연휴 대금 지급 등 목돈이 들어가야 하는 현실에서 일수가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그나마 등록번호를 부여 받은 정식 업체에서 빌려 사정이 낫지만, 선이자를 떼는 방식의 불법 일수업체에 내몰린 저신용 자영업자들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찾아간 영등포 청과시장 골목 바닥에는 ‘정말 급하신 분’ ‘소액대출’ ‘50% 할인’ 등이 적힌 일수명함이 사방에 떨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구청 수거보상원은 “많은 날은 1000장씩도 줍는다”고 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받은 대출 탓에 추가로 돈을 빌리지 못해 일수에 손을 내민 경우도 있다. 임동민(44)씨는 밀린 월세부터 보증금, 닭 공장 미수금 등을 내기 위해 2021년 11월쯤 일수로 500만원을 빌렸다. 이미 대출금이 있는 그에게 제2금융권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일수를 갚는 도중 추가로 돈을 더 빌리는 일명 ‘꺾기’도 5번이나 했다. 임씨는 “일수금으로 하루에 12만원씩 갚으면 다른 건 아무 것도 못한다”며 “일수가 목을 조여오는데도 다시 손을 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공사현장 일용직과 배달일을 하며 일수금을 갚고 있다. 편의점주 A씨는 “폐업 직전까지 와있는데 위약금 2억원에 직원퇴직금도 마련해야 해서 일수로라도 돈을 빌리려고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저신용자 자영업자들이 제도권 금융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창구는 지난 16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소상공인·전통시장 자금’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업력과 부채비율 등에 따라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인원은 3만7000~5만6000명으로 추정된다. 대출액으로 따지면 6400억∼9700억원 정도다.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는 “코로나19 때 입은 타격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그 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대부업체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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