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집행에 아수라장 된 스카이72 골프장… 소화기 뿌리고 물대포 난사도

김민정, 이병준, 이찬규 2023. 1. 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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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인천시 중구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앞에서 강제집행을 시도하려는 인천지법 집행관실 관계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임차인 측의 용역업체 및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8시쯤 인천시 중구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의 바다 코스. 코스 입구를 막은 트랙터 위에 오른 한 용역업체 직원이 강제집행을 위해 진입을 시도하던 박영서 인천지법 집행관을 향해 소화기를 난사했다. “쿨럭, 쿨럭.” 흰 분말을 뒤집어쓴 집행관과 경찰, 용역업체 직원들 모두 기침을 토했다.

잠시 뒤, 소화기 분말을 털어내며 다시 앞으로 나선 박 집행관은 “대법원에서 원고가 승소했기 때문에 채무자 법인은 마땅히 점유권을 원고에게 넘겨야 한다”며 “토지 인도를 집행하기 위해 왔고, 세입자의 정당한 점유권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용역직원들 사이에선 ‘변호사 어딨냐’는 웅성거림이 오갔다. 임차인 측 이성희 변호사가 인파를 헤치고 나왔다. 이 변호사는 “(강제 집행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골프장 소유가 바뀌었다고 해서 강제 집행을 하는 건 안 된다. 임차인의 점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연한 표정의 법원 집행관과 용역들 옆에선 보수단체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운동 본부’ 회원들이 찬송가에 맞춰 “불법 집행 철회하라” “하나님의 이름으로 스카이72를 지키겠다”를 외쳤다. 바다 코스 입구 앞, 이들이 설치한 영상 무대 트럭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연설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물대포에 소화기 난사…8명 특수공무집행방해 검거


17일 오전 인천 중구 스카이72 바다코스 입구에서 인천지방법원 관계자들이 골프장 운영권 반환 강제집행을 시도하자 스카이72 시설 임차인 및 스카이72 입찰탈락 의혹을 제기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뉴스1
국내 최대 매출의 골프클럽이 전쟁터로 변했다. 이날 법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부지를 돌려주지 않고 계약을 어긴 채 영업을 이어오던 스카이72를 상대로 부지 점유권 회복을 위한 강제집행에 나섰다. 대법원에서 공사 측 손을 들어준 지 47일 만이다. 이날 강제집행에는 법원 집행관실 측 직원 100여명과 경찰 300여명이 투입됐다. 그러자 스카이72 임차인들은 용역 200여명을 동원해 저지에 나섰다. 신규사업자 선정 과정에 입찰 비리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강제집행을 반대해 온 보수단체 회원 약 1000명(집회신고 기준)도 가세하며 혼란이 가중됐다.

두 차례의 집행 안내를 마친 오전 9시 30분쯤, 박 집행관 지휘로 법원 측 인원들이 바다 코스 클럽하우스 내부로 진입하려 하자 물리적 충돌이 극심해졌다. “불법집행 중단하라” 등 고성과 욕설이 클럽하우스 앞을 채웠고, 용역직원들과 보수단체 회원, 집행관과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스카이 72 임차인 측은 건물 안에 설치된 물대포를 끌어와 소화기와 함께 난사했다. 거센 저항에 잠시 밀려나던 법원 직원들이 한때 저지선을 뚫고 일부 클럽하우스 안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부상자가 속출했고 결국 클럽하우스 내부에 남아있는 입점 상인들의 안전을 고려해 다시 철수했다. 이어 오전 10시 무렵, 박 집행관은 점유권 인계 선언을 하고 바다 코스 54개 홀에 대해 명도집행표식을 설치한 뒤 완전히 발길을 돌렸다.

인천중부경찰서는 소화기를 분사한 용역업체 직원 8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법원은 이날 끝내 점유권을 확보하지 못한 바다 코스 내 클럽하우스, 사무동과 하늘코스에 대해 추후 강제집행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2005년부터 골프장 운영…공사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 요청”


스카이72는 2005년부터 제5 활주로 착공 예정지인 해당 부지에서 골프장을 운영해 왔다. 부지 임대 계약 종료 시점은 2020년 말이었다. 그러나 활주로 착공이 늦어졌고, 공사와 스카이72 측이 계약 종료 시점을 두고 대립했다. 공사는 계약 기간이 끝났다며 퇴거를 요구했지만, 스카이72 측은 '제5 활주로 착공'을 전제로 계약 만료 시점을 정한 만큼,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았다고 주장하며 임의로 영업을 이어왔다. 이에 공사는 토지 인도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초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스카이72 측은 부지를 인도하지 않고 버텨왔다.

공사는 이날 "2년간 불법점유된 골프장 시설의 점유를 회복했다"며 "잔여 시설 인도를 거부할 경우 법원과 협의해 클럽하우스와 하늘코스 등 나머지에 대한 추가 집행도 조속히 완료할 예정이며, 인천시에 스카이72의 체육시설업 등록 취소도 요청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병준·김민정·이찬규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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