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방서 음악 틀더니 "춤추자"…미술계 거장 성폭행 사건 전말
“사건 당일 피고인은 피해자가 정직원 전환을 희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자신의 개인 전시회 업무보조 등을 위해 아르바이트하던 피해자를 강간한 것으로 범행 경위와 죄질이 매우 나쁘다.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다. 실형이 선고된 피고인의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17일 오후 2시쯤 부산지법 동부지원 304호 법정. 계약직 직원이자 후배 화가인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A씨(62) 선고 공판에서 형사1부 최지경 부장판사가 이같이 선고했다. 최 부장판사는 A씨를 법정구속하며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숙소서 한잔 더” 이 말, 피해자 못 뿌리친 이유
피해자와 검찰 등에 따르면 A씨는 1980년대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후 미술계에서 이름을 날리며 활동해온 거장이다. 그는 2021년 상반기 중 부산에서 개인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B사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피해자를 알게 됐다. A씨는 작품 활동 과정에서 B사와 독점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고, 이 회사 대표와도 친밀한 사이였다.
그해 5월 15일 오후 7시쯤 A씨는 반주를 겸한 저녁 회식 자리를 마친 후 피해자에게 “내가 머무는 호텔로 가 술을 더 마시자”고 제안했다.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식당 등 영업시간이 제한되던 때다. 피해자는 이에 응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다음 날에도 출근해 개인 전시회를 보조하며 A씨를 마주쳐야 했다. 미술계에서 A씨의 지위, B사에 대한 A씨 영향력 때문에 피해자는 이 요청을 수락했다”고 판시했다.
음악 틀어 “춤추자” 한 뒤 강압적 범행
A씨 숙소에서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A씨는 프랑스 유학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피해자 질문에 답했고, A씨가 정직원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B사 장점도 언급했다. 이후 그는 음악을 튼 뒤 “음악이 너무 좋은데 같이 춤추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A씨는 곧 피해자의 몸을 만지며 완력으로 제압하고, 옷을 벗겨 침대에 눕힌 뒤 성폭행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함께 춤을 추다가 서서히 접촉했고, 동의한 것으로 생각해 성관계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사람은 35살 넘게 나이 차이가 난다. 업무 관계로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사이였으며, A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인정했듯 피해자가 이전에 이성적 호감을 표시한 정황도 전혀 없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두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직장 관계 등을 고려하면 성적 접촉에 당황한 피해자가 가만히 있다가 울면서 싫다고 한 것을 두고 이를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오인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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