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규제 완화에도 맥 못추는 재건축 아파트값, 왜?

김원 2023. 1. 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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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연합뉴스


정부의 잇따른 재건축 규제 완화에도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가격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서울 여의도, 목동 등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에선 이전 최고가보다 5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79.24㎡는 지난 9일 15억원(8층)에 거래됐다. 2021년 10월 최고가인 20억1000만원보다 5억10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전용 118.12㎡가 20억원(2층)에 계약됐다. 2021년 4월 최고가(26억원)보다 6억원 낮은 가격이다.

1584가구 규모 시범아파트는 1971년 준공돼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단지다. 지난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됐고, 11월에는 최고 65층·250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내용을 담은 신통기획안이 확정됐다. 서울시가 지난 5일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 공고하면서 서울 재건축의 ‘대못’으로 불린 ‘35층룰’이 사실상 폐기되고,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도 재건축을 앞둔 여의도 일대 아파트 가격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인근의 삼부아파트(1975년 준공) 전용 106.38㎡는 지난 10일 20억원(2층)에 거래되며 1년 전 최고가(27억2000만원)보다 7억원 넘게 하락했다. 은하아파트(1974년) 전용 121.51㎡도 17억8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직전 최고가(21억원)보다 3억2000만원 떨어졌다. 최고 높이 50층에 380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하는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2차도 지난 5일 전용 126.33㎡가 30억원(3층)에 거래되며 최고가(38억원)보다 8억원 하락했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준공 후 30년이 넘어선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이 빨라질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 규제도 재건축을 가로막는 ‘대못’중 하나였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 안전성 점수 비중을 50%에서 30%로 줄이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그동안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재건축이 지연된 목동, 노원 등 노후 단지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됐지만, 이들 단지의 가격도 최근 큰 폭으로 내렸다.

지난 5일 정부의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시행된 뒤인 지난 9일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3·5·7·10·12·14단지가 일제히 안전진단을 통과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날 14단지 전용 74.19㎡가 10억2000만원(15층)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10억7000만원(10층)에 손바뀜했다. 2021년 10월 최고가(16억8000만원)보다 6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신정동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장기간 매매가 이뤄지지 않자 집주인이 2억원가량 가격을 낮춰 최근에 매매가 이뤄진 것”이라며 “급매물 실거래가가 공개된 이후 문의가 확실히 늘었지만 매매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여전히 묶여 있어 실제 거래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원구 상계주공1·2·6단지도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는데, 지난해 말 주공6단지 전용 41.3㎡가 최고가(6억7200만원)보다 2억원가량 떨어진 4억8000만원(5층)에 거래된 이후 아직 신고된 거래가 없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안전진단을 통과해도 재건축까지는 10년이 넘게 남아있는 데다 고금리 영향이 여전히 큰 탓에 안전진단 통과 이후에 매수 문의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들은 고금리로 인한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재건축 단지의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서울 주요 노후 단지가 밀집한 지역이 대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도 가격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거주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2년간 실거주를 해야하는 불편함이 하락기에 더욱 부각되는 것”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될 경우 갭투자 등이 가능해져 투자 수요가 일정부분 살아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재건축 아파트의 현재 가격에는 재건축 후 기대 가치 등도 포함되는데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 재건축에 대한 기대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이 아직 남아 있어 투자 수요가 몰리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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