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르 옆 이재용 웃었다…삼성이 찜한 'UAE 야심작' 뭐길래
지난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옆자리에 앉은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밝게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그의 동생 ‘만수르’ 부총리는 이 회장과 오랜 친분을 쌓아왔다. 지난해 12월 회장 취임 이후 첫 해외 출장지 역시 UAE였다. 이 회장이 중동, 그 중에서도 UAE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방문에서 삼성물산은 아부다비 인근에 건설 중인 ‘탄소제로 도시’ 마스다르시티에 수소와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아부다비 국영에너지회사(TAQA)와 송전·가스발전 사업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추진하는 ‘네옴시티’가 각광받고 있지만 ‘중동판 스마트시티’의 원조는 마스다르시티다.
마스다르시티는 UAE가 2006년 건설을 천명한 탄소제로 도시다.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투자회사가 아부다비 남동쪽 17㎞ 사막 지역에 면적 6㎢, 인구 4만 명 규모로 계획했다.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전기차만 운용하는 세계 최초의 탄소배출 제로(0) 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당초 2009년 1단계 공사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마침 글로벌 금융위기가 빚어지면서 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2010년대 초 다시 공사를 시작했으나 완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마스다르시티의 공정률은 30%에 미치지 못한다. 마스다르 과학기술원과 국제기구인 국제에너지재생기구(IRENA) 본부, 독일 글로벌기업 지멘스의 중동지역본부 등이 입주해 있다. 이밖에 그린에너지 관련 스타트업 센터와 상업지구 등이 완성됐지만 아직 입주율은 낮은 편이다. 무바달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기존 도시보다 30%가량 확장한 신규 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보다 많이 늦어지긴 하지만 UAE의 야심은 여전하다. 국제 사회 역시 사우디 네옴시티보다는 현실적인 계획으로 평가한다. 길이 170㎞, 높이 500m의 유리벽 사이에 선형(線形) 도시로 계획 중인 네옴시티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전문가가 많다.
반면 마스다르시티는 아부다비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공항에서 가깝고, 무엇보다 초고층 건물로 이뤄지지 않아 건설과 실제 주거에 어려움이 없다. 규모도 현실적이다. 무바달라는 마스다르시티가 완성되면 정주 인구 4만 명과 통근 인구 4만5000명이 활동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네옴시티는 인구 900만 명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 탄소 배출 없는 도시로 계획했지만 아직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제어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도 갖추지 못했다. 서구 언론들은 “탄소를 없앤다더니 사람도 없앴다”며 비아냥대기도 한다. 관광객을 제외하면 실제 거주인구가 거의 없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특집 기사에서 “고온다습한 사막 기후에서 UAE가 주장하는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운영하기도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혹평했다. UAE 입장에서 삼성물산·삼성전자 등 삼성의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이유다. 삼성은 친환경 에너지와 스마트 그리드를 통한 스마트시티 운영, 초고속 통신망 등의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중동 국가들의 ‘미래도시 붐’에 부정적인 견해가 많지만, 한국 기업들로서는 새로운 기술을 실험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네옴시티 건설 사업에 참여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스마트도시 인프라와 신기술을 직접 적용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라는 점에서 중동 프로젝트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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