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에 용서·화해 첫걸음…5·18 단체, 계엄군 묘역 참배
특전사동지회가 내민 화해의 손을 5·18 단체가 맞잡았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5월 단체가 당시 숨진 계엄군 묘역을 참배했다.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간부 3명은 17일 오후 2시 30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5·18 당시 숨진 특전사 사병 28묘역, 장교 29묘역, 경찰 8묘역을 참배했다. 참배는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가 안내하고, 동지회 10여명이 함께했다.
정성국 5·18 공로자회장은 “이날 참배는 용서와 화해의 첫걸음이다. 간부 3명이 참배한 것을 시작으로 5월의 아픔을 겪는 모두가 용서할 수 있도록 동지회와 소통하겠다”며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목숨을 잃은 사람도 피해자라 생각하고 참배했다. 이분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참배한 것이지 전두환씨를 용서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5·18 단체는 이날 최 총재에게 특전사동지회 중앙 차원에서 국립 5·18민주묘역 참배를 건의했고, 참석한 동지회 모두가 찬성했다. 특전사동지회 150여명은 오는 2월 19일 5월 3단체 사무실을 찾을 예정이다. 이때 앞으로 지속해서 5·18묘역을 참배하겠다는 등 내용이 담긴 대국민 선언식을 하기로 했다. 또 이날 5·18묘역도 참배한다. 선언식에는 5월 단체 150여명도 함께 할 예정이다.
5·18 단체는 5월 항쟁 당시 자신과 가족을 진압한 특전사를 적대시했다. 5월 단체가 마음의 문을 열게 된 계기는 ‘진실한 사죄’였다. 5·18 항쟁 당시 계엄군 일부는 그동안 굳게 닫았던 입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 면담 조사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핵심적 증언을 내놓으면서 사죄 의사를 밝혔다.
이들의 진심을 느낀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5월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계엄군 당사자들은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고, 어머니들은 눈물의 용서로 화답했다.
이 소식을 들은 5월 단체는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5월 항쟁 당시 진압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은 명령 복종에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던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당시의 기억과 죄책감으로 40년 넘게 고통받아왔던 것도 고려하면 계엄군 또한 피해자일 수 있단 점도 5월 단체의 마음을 움직였다.
5·18 단체와 특전사동지회의 화해 시작을 알리는 공식적인 행사도 진행됐다. 지난 11일 특전사동지회 광주전남지부 관계자 3명은 군복을 입고 광주광역시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에 있는 5월 단체 사무실을 방문해 감귤 20박스를 전달했다. 마음의 문을 연 5월 단체는 특전사 군복에 트라우마가 있었음에도 이들의 방문을 환영했다.
이순재 특전사동지회 광주전남지부장은 방문 당시 “광주와 5·18에 봉사하고 화합될 수 있는 한 축이 되고 싶다. 열과 성을 다해 도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5·18의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황일봉 5·18 부상자회장은 “사죄의 뜻을 밝힌 계엄군과 함께 국민 대통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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