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플랫폼 배제하고 독점플랫폼은 미흡하고…행안부, ‘고향사랑기부제’ 발목 잡나
고향사랑기부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 16개 시‧도(서울 제외)에 고향사랑기부금을 30만원씩 총 4080만원을 기부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특정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개인이 기부를 하면 세액공제도 받고 답례품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연간 한도는 500만 원까지로, 기부자에게는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10만 원까지는 전액 공제, 1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가 된다. 지자체는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한다.
그러나 정치권의 관심과 지자체의 다양한 홍보와 달리 운영 주체인 행정안전부의 행보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기게 한다.
최근 전국에서 가장 빨리 체계적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준비한 강원도 양구군은 자체 프로그램인 ‘못난이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못난이 프로젝트’는 못난이 농산물 실태 파악 연구와 상품 개발, 못난이 농산물과 연계한 공정관광 프로그램이다. 양구군은 담당 공무원 소수만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답례품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전문적인 운영을 위해 일찌감치 프로젝트를 일본에서 고향세 모금 및 사업 경험이 있는 사회적기업에 위탁했다. 그러나 최근 행정안전부의 제재로 민간 플랫폼 모금이 중지되면서 양구군의 프로젝트도 잠시 중단됐다.
행안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부 지자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고향사랑 기부금에 대한 법률 제7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광고매체를 통하여 고향사랑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광고매체란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에 따른 홍보매체다. 지자체에 기부 모금 권한을 내렸으며 법으로 민간이 광고, 대행이 가능하다.
법적으로 고향사랑기부제의 운영비와 위탁비는 모금액의 15% 사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고향사랑기부제 다수의 전략수립 용역을 진행한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지자체가 민간에 대행하면서 성공보수 개념으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모금의 속성에도 맞고, 고정비용으로 운영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에 비해 지자체의 리스트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고향세(고향사랑기부제) 지정 기부 방식을 통해 모금을 추진하거나 민간의 다양한 홍보와 참여 플랫폼과 협력하고 있다.
일본의 사가현은 기부자가 NPO를 직접 지정해 기부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NPO 외 시민‧봉사활동 단체, 자치회‧부인회‧노인회 등 다양한 조직이 함께 고향세를 모금해 2021년 기준 104개 단체에서 9억 엔(약 90억 원)을 모금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 문제를 알리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행안부의 독점보다는 창의력과 전문성이 특화된 전문 민간기업과의 다양한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행안부가 만든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 산하 지역정부개발원에서 시스템을 구착한 이 플랫폼은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다.
통합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 70억 3000만원을 지자체들이 모두 부담했고, 이후 유지비용과 기부금 모집 등 운영비용 수십 억 역시 지자체들이 부담한다. 모금 금액이 얼마나 될지 모르고, 어떻게 운용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구조가 ‘누구를 위한’ 운영 모금 방법인지 의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독점으로 구축된 ‘고향사랑e음’ 플랫폼도 운영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미흡한 수준이다.
홈페이지에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의미와 향후 이 제도가 끼칠 영향력과 각 지역이 이를 통해 어떤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기부방법과 혜택, 그리고 답례품에 관련된 내용만 기재되어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마치 단순히 ‘기부금을 내고 답례품을 받는 제도’로만 인식되게 만들었다. 기부자 입장에서는 어떠한 목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뜻 좋은 마음으로 고향사랑기부제에 나서기 어렵다.
실제 운영 면에서도 기부자가 '고향사랑e음'을 통해 선택한 답례품을 교환하거나 반품을 원할 경우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고, 오프라인 기부자가 온라인에서 답례품을 선택하는 이해 못할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온라인 활용 가능한 연령대와 지역이라면 굳이 오프라인을 사용했을 리 만무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순 기부가 아닌, 소외된 지역사회를 살리고, 인구 문제에서 오는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자는 명분이 중요시 된 제도다.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에 참여함으로써 기부자가 지역에 어떤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가치와 긍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세액 공제와 답례품 등으로 관심을 끌 수 있지만, 민간을 배제하고 정부 주도의 독점 운영과 부실한 플랫폼 운영은 장기적인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석원 열린옷장 사외이사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올해 1월 1일부터 시작되면서 급하게 준비된 면이 있다. 앞으로 보완해야할 점은 플랫폼적인 사고와 기술적 면이다. 2년 동안 일본의 고향세 관련 플랫폼들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도 데이터를 많이 개방해 민감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민간 업체를 참여시켜 그들만의 역동력, 아이디어 뿐 아니라 소비자와 가까워질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어내야 한다”라며 “각 플랫폼마다 좋은 경쟁을 이끌어내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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