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퇴진" 외친 중고생단체 반전…10대 단 3%뿐인 정치이념단체

나운채 2023. 1. 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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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퇴진 운동을 해 왔던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이하 촛불연대) 회원 상당수가 40~50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단체는 이적 표현물로 의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촛불연대는 사실상 성인으로 구성된 정치이념 단체라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감사위)는 지난달 2일부터 같은 달 16일까지 촛불연대를 감사했다. 이후 감사위는 촛불연대를 국가보안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지난 3일 경찰에 수사 의뢰와 고발 조처했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지난 2021년 9월27일 발간한 것으로 알려진 『중고생운동사』의 표지(왼쪽)와 본문의 모습. 본문에는 북한이 김일성의 항일 투쟁 업적으로 선전하는 보천보 전투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서울시 측 제공


절반 이상 40~50대…“이적표현물 의심”


촛불연대 상임대표 최준호(25)씨는 ‘박근혜 퇴진 중고생 촛불집회’ 대표를 지냈던 인물이다. 촛불연대 누리집엔 ‘한국 유일·최대 중고등학생 사회운동단체’라고 소개돼 있다.

그러나 감사위 조사 결과, 촛불연대 회원 연령대는 4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촛불연대 회원명부에 이름을 올린 100명 중 40~50대가 60명으로 가장 많았다. 20~30대는 19명, 60대 이상은 18명이었다. 만 18세~19세는 3명에 불과했다. 회원명부상 10대는 단 3%인 셈이다.

특히 감사 과정에서 촛불연대가 2021년 9월27일 발간한 『중고생운동사』라는 책이 논란이 됐다. 촛불연대가 김일성 전 주석이 대표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타도 제국주의 새날소년동맹’(1926~1945년) ‘계보’를 잇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또 북한이 김 전 주석 항일 투쟁 업적으로 선전하는 보천보 전투(1937년 6월4일)를 언급하며 “전투에 참여한 대다수는 중고등학생 운동조직에 투신했던 이들이었다”는 내용도 있다.

감사위는 이 책이 국가보안법상 북한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이적표현물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책은 서울시 생활 속 민주주의학습지원센터 지원을 받아 발간됐다. 시 보조금(민주시민 교육 책자 제작 명목)이 쓰였다. 앞서 최준호 대표는 책에 대해 “과거 중고생 운동 역사를 짚어 현재까지 서술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19일 촛불중고생시민연대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서 '윤석열 퇴진 중고생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명부 보니…“회원 아냐” “이름 몰라”


촛불연대는 지난해 3월9일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현행법상 비영리단체는 특정 정당이나 선출직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해선 안 된다.

하지만 촛불연대는 등록을 마친 뒤 지방선거 운동 기간 서울시·강원도 교육감 정책협약·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12일부터 19일까지는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감사위는 “촛불연대는 교육감 선거에서 특정 후보의 공약을 지지하고 대통령 선거에선 특정 후보를 반대했다”며 “(대통령) 선거 후엔 퇴진 운동을 하는 등 사실상 특정 정당이나 선출직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정치활동에 주력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촛불연대의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말소 처분한 상태다. 아울러 감사위는 촛불연대가 비영리민간단체 자격을 갖추기 위한 요건인 ‘회원 100인 이상’을 충족하기 위해 다른 사람 개인정보를 도용한 허위 명부를 시에 제출한 정황도 포착했다. 감사위가 무작위로 회원명부 속 12명을 선정, 10명에게 확인해 보니 “촛불연대 또는 그 전신이 되는 단체 회원이 아니다”거나 “단체명조차 모른다”는 답을 들은 게 근거가 됐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94만여원 보조금 편취 정황도


촛불연대는 서울시에 5개 보조사업을 신청해 받은 보조금 중 일부를 가로챘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촛불연대는 ‘청소년 대상으로 공익적 강의를 했다’는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았다. 감사위가 당시 강의가 진행됐다는 장소를 확인해보니 휴관 또는 아예 강의실 사용 기록이 없는 점 등을 확인했다.

최준호 대표가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서울 성동구와 경기도에서 각각 강의했다며 강사료를 청구하기도 했다. 감사위는 촛불연대가 강사료 증빙 서류를 허위로 꾸며 보조금 794만여원을 가로챈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24건을 확인해 수사기관에 넘겼다.

중앙일보는 촛불연대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촛불연대와 최 대표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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