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5년 동행 마친 박항서 “감독으로는 활동 계획 없다”
“우리 선수들과 함께 쌓은 추억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운동장에선 혼도 많이 냈지만, 사랑방 같았던 의무실에서 선수들과 시간을 보내며 함께 뒹굴었던 그 순간들이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지난 16일 태국전을 끝으로 베트남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박항서(64) 감독은 17일 한국 취재진과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동고동락한 선수들 이야기를 꺼내다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베트남 축구도 한 단계 성장해야하고, 나 또한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서 “이별은 가슴 아프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따르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 감독이 이끈 베트남은 16일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라이벌 태국에 0-1로 졌다. 앞선 1차전 전적(2-2무)을 묶어 종합전적 2-3으로 태국에 우승컵을 내주고 준우승했다. 지난 2018년 베트남을 이 대회 정상에 올려놓은 박 감독은 이 대회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난다. 지난 2017년 9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이후 햇수로 5년 여 만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보낸 5년이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감독으로서 성적과 경쟁력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의 지지와 격려 덕분에 긴 시간 동안 일할 수 있었다”고 언급한 그는 “이영진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우리 선수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거취와 관련해 “한국 또는 베트남에서 감독으로 활동할 계획은 없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행정 쪽 일에도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은 그는 “한국에는 훌륭한 동료들과 후배들이 많으니 현장에서 내가 할 일은 더 이상 없다고 본다. 다만, 베트남에서 유소년을 발굴·육성하는 일에 대해서는 몇몇 제안을 받아놓고 고민 중”이라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 5년 동안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에서 (정상권으로) 자리를 잡았다. FIFA랭킹을 100위권 이내로 올려놓겠다는 약속도 지켰다(현재 96위)”면서 “베트남이 월드컵 본선행의 꿈을 꿀 수 있게 됐지만, 그건 후임 감독과 함께 할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두겠다”고 했다.
이어 “나 자신을 성공한 지도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베트남에서 ‘한국 사람 박항서는 늘 열심히 했던 지도자’ 정도로 기억될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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