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기대했는데", 국조 마지막날에도 국회 찾은 유가족 [이태원참사_기록]

조혜지 2023. 1. 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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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특수본 수사결과, 희생자에 책임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 '책임 명기' 놓고 여야 줄다리기

[조혜지, 유성호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조사결과보고서 채택과 독립적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국회는 국정조사의 구체적인 일정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략) 국정조사의 차질 없는 진행과 성역 없는 과정을 위해 조속한 실시를 촉구합니다."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꼬박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서 있었다. 여야 대립으로 첫 발도 떼지 못한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앞에 답답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그 후에도 국회를 향한 유가족들의 호소는 계속 이어졌다. 

유가족들이 국정조사가 종료되는 17일까지 국회를 찾아 읍소한 것은 일곱 차례다. 활동 기간 55일 중 예산안 합의 등으로 날려버린 절반의 시간, 책임 기관들의 해명을 듣는 기관보고와 1, 2차 청문회 기간, 여야가 청문회 대신 선택한 유가족들의 공청회 한 차례. 정쟁으로 국조가 허덕일 때마다 유족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촉구"와 "규탄"을 말머리에 단 플래카드를 펼쳤다 접기를 반복했다. 한 유가족은 17일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내내 오열했다.

"기쁨의 눈물은 실망의 눈물로... 합당한 보고서 나와야"
 
▲ 국조 마지막날에도 국회 찾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기쁨의 눈물은 실망의 눈물로…합당한 보고서 나와야” ⓒ 유성호

"유가족들은 국정조사가 겨우 시작됐을 때 잠시나마 모든 의혹을 밝히고 국민이 공감할 만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슬픔이 아닌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국정조사는 처음부터 반쪽이었습니다. 기쁨의 눈물은 실망의 눈물이 됐습니다."

이종철 대표는 국조 결과보고서 채택을 두고 또 꽉 막힌 국회 본청 계단에 서서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국조를 통해 드러난 진상에 대한 합당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호소였다. 짧은 기간이나마 드러난 기관 책임자들의 책임을 보고서에 명시하고, 추가 수사와 독립된 특별조사기구의 조사를 통해 못다 한 진상규명을 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는 현재 국조 결과 보고서 채택을 위한 오후 4시 전체회의를 앞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재난 안전 주무기관장의 책임을 보고서에 명시하되, 국민의힘의 입장을 함께 적시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국조 기간 위증에 대한 고발 여부를 놓고도 대립 중이다.

이종철 대표는 지난 13일 '윗선 배제' 수사로 비판에 오른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던졌다. 이 대표는 독립적 조사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특수본은 마치 희생자들의 무질서로 참사가 일어난 것처럼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데, 책임자인 경찰이 희생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라면서 "군중 유체화 현상을 방치한 사람들, 안전 사고위험을 대비하지 않은 사람들, 피해를 확대한 사람들 모두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대형 참사다"라고 강조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조사결과보고서 채택과 독립적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조 기간 드러난 ▲참사 당일 지휘 부재 ▲2022년 이전 핼러윈 기간 경찰 사전 대비 사실 존재 등을 언급하면서 "이는 앞으로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단초가 될 사실들"이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이어 "국조가 반쪽이라면, 그 부족함마저 온전히 담은 결과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면서 "만일 국민의힘 국조위원들이 의결에 제대로 참여 않는다면 헌법 기관의 책무를 권력의 실세 아래 꿇어 엎드리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이태원 참사로 여동생을 잃은 오빠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산재로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함께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미완의 국정조사이지만 결과보고서는 향후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발판이다"라면서 "독립된 조사 기구를 구성해 유가족이 추천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진상조사가 진행되어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오는 23일 설날 오후 3시, 이태원 시민분향소에서 평소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을 나누는 상차림을 준비한다. 오는 20일엔 서울역에서 귀향길에 오르는 시민들에게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과 인쇄물을 나누는 일정도 예정돼 있다.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되는 2월 4일에는 국민과 함께 하는 추모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조사결과보고서 채택과 독립적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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