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실언' 獨국방장관 사퇴…"우크라 전차 지원도 차질"
연이은 실책으로 구설에 오른 독일의 크리스틴 람브레히트(57) 국방부 장관이 끝내 사임했다고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그는 지난 1일 새해를 맞아 불꽃놀이가 한창인 가운데 밝힌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 고맙다”고 발언한 이후 줄곧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람브레히트는 중도 좌파 성향의 올라프 숄츠 독일 연립 내각의 첫 번째 국방장관으로 지난 2021년 12월 임명됐다. 그는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 출신으로, 숄츠 총리가 전임 앙겔라 메르켈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낼 때 부장관을 지낸 인연이 있다.
국방장관 취임 이후에는 1000억 유로(약 134조 800억원)의 특별 기금을 투입해 독일연방군을 현대화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람브레히트는 임기 내내 “국방 분야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언행이 가볍다”는 비판을 받으며 ‘야당의 샌드백’ 처지가 됐다.
아들 헬기 찬스에 잇따라 실언
람브레히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한 지난해 1월부터 자질 논란을 빚었다. 당시 그가 “우크라이나의 편에 우리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전투 헬멧 5000개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히자, 정치권 안팎에서 “고작 헬멧 지원으로 러시아의 침공 시도를 어떻게 막겠느냐” “우크라군에 박치기 전술을 지원해준다는 거냐”는 등의 조롱이 쏟아졌다.
지난해 4월 부활절 휴가 기간엔 아들 알렉산더(21)를 군용 헬기에 태우고 다닌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해당 헬기의 시간당 운행비용은 5300유로(약 710만원)에 달했다.
정점은 올해 신년 메시지였다. 지난 1일 발표된 영상에서 람브레히트는 수도 베를린의 불꽃놀이 폭죽을 배경으로 선채 “유럽 한복판에서 전쟁이 진행 중이다. 이 전쟁을 통해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고맙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에서 실제 폭격으로 인명 피해가 큰 상황에서 전쟁을 희화화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숄츠 총리는 17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니더작센주 내무장관을 신임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숄츠 총리와 같은 SPD 소속이다. 숄츠 총리 측은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수년간 안보 정책에 관여한 경험이 매우 많은 정치인”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독일의 주력 전차를 지원하느냐에 관한 결정이 새 장관의 첫 업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독일, 레오파르트2 지원해야”
독일이 레오파르트2 전차 등 보다 강력한 지상전력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야 한다는 주변국의 압력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미 영국은 지난 14일 서방 국가 중엔 처음으로 챌린저2 전차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도 러시아군 T-72 전차에 대적할 수 있는 정찰용 장갑차인 AMX-10 RC를 2개월 안에 인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독일 정부는 러시아와 확전을 피한다는 명분으로 레오파르트2 투입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대신 보병전투차량(IFV)인 마르더와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16일 영국 의회에서 “아무도 혼자 일 하지 않는다”며 “독일 동료들에게 레오파르트2 전차를 기부할 것을 촉구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앞서 폴란드가 밝힌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레오파르트2 지원 계획도 독일 정부의 전차 지원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폴란드가 보유한 독일산 레오파르트2는 독일 정부의 승인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모든 종류의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인도될 수 있도록 독일 정부의 단호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16일 말했다.
이 같은 여론에 숄츠 정부는 “폴란드 등 다른 나라의 (지원)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며 최근 긍정적인 기류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서방 동맹국, 특히 미국과의 논의에 따라 레오파르트2의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DW는 보도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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