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反韓) 정서 키우는 중국, ‘여행’ 넘어 수출까지 불안 고조
중, 韓·日 비자 발급 중단으로 보복
여행·항공사·면세·화장품 직접 타격
장기화 때 수출 중소기업 피해 불가피
정부가 중국인 입국객에 대한 방역 조처를 강화하면서 중국 내 반한(反韓) 정서가 고조되자 여행·면세업계 등을 중심으로 경제적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6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 당시 입었던 무역 피해까지 재현할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우리 국민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중국 정부는 비자 발급 중단 이유를 우리 정부의 중국인에 대한 방역 강화 조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소수 국가는 과학적 사실과 자국 감염병 발생 상황을 외면하고 여전히 중국을 겨냥해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고집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고 대등한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에 기대를 걸었던 국내 여행사와 항공사, 면세점, 화장품 업계 등은 비자 발급 중단과 반한 감정 고조에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 상황이 장기화하거나 반한 감정이 고조될 경우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염려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과거 관광객이 많을 때는 매출의 80% 이상을 중국인이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컸다. 코로나19 어려운 시기를 겨우 버티고 이제야 재기를 꿈꿔볼 만한 시점이었는데 혹시라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까 걱정”이라며 “만약 예전 사드 사태 때처럼 반한 감정이 커지면 진짜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을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살아났고, 중국이 방역 조치를 해제하면서 (여행 수요에 대한) 기대가 커졌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닥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현재 상황이 길어진다면 또다시 여행업계는 줄도산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들 업계뿐만 아니라 수출 중소기업도 힘겨운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비자 발급 제한으로 중국 출장을 포기하면서 현지 공장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에서 신발과 의류용 가죽을 수입하는 업체 대표 A 씨는 “코로나 시국에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중국 출장을 다녔는데 비자가 중단되면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도 오랫동안 국경 봉쇄가 이뤄졌던 만큼 이런 대치가 오래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시가 급한 우리 입장에선 답답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對) 중국 수출입 기업들은 이번 조처가 자칫 2016년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을 재현하게 될까 걱정한다. 당시 사드 배치로 촉발한 한한령은 지난 2020년에야 해제되면서 유통과 여행, 수출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경우 당시 한한령 1년 만에 1조2000억원 규모 적자를 내고 중국 내 모든 매장을 철수시킨 바 있다. 면세점과 관광업계도 줄도산하면서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중국 장기 체류 주재원이 많은 대기업보다 필요 때 수시로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우리나라 1위 수출국이자 중소기업 수출에서도 18%를 차지하는 곳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사드 사태 당시 2017년 한해에만 우리 기업 전체 피해가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 수출기업 기업활동 위축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일 수출 지원기관, 주요 업종협회가 참여하는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국무역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은 중국방문에 애로를 겪는 기업인들의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무역협회는 기업인 애로사항 접수센터를 설치해 정보제공과 더불어 온라인상담회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을 밀착 지원하기로 했다.
KOTRA는 ‘차이나 무역지원 데스크’를 설치, 중국 현지무역관을 활용해 기업 해외출장과 현지 지사 역할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중국 출장 애로기업을 위해 수출거래선과의 대리면담, 전시회 대리참관, 현지에서 지사 역할을 대행하는 긴급지사화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중국은 우리나라에 있어 가장 큰 규모 교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요 무역대상국인 만큼 업계와 긴밀한 소통 관계를 유지하고, 단기 비자 제한 조치 관련 동향을 지속 모니터링하겠다”며 “관계부처, 수출지원기관, 수출업종별 단체 등과 적극 협력해 우리 기업의 원활한 경영활동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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