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와 베트남 축구, 화려했던 5년 3개월의 여정
[윤현 기자]
▲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 결승에서 팬들에게 인사하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
ⓒ 베트남축구협회 홈페이지 |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가 16일 막을 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 준우승을 끝으로 5년 3개월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결승에서 박 감독과 '유종의 미'를 거두려던 베트남은 태국에 막혀 우승 트로피를 놓쳤으나, 베트남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쌓아 올린 박 감독은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떠났다.
박 감독은 결승이 끝나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국민과 축구 팬께 꼭 우승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죄송하다"라며 "베트남 대표팀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비난보다는 격려를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내일부터 더 이상 베트남 감독이 아니지만, 항상 베트남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이 될 것"이라며 "서로 좋은 추억을 영원히 간직했으면 좋겠다"라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동남아 축구 변방서 FIFA랭킹 100위권 팀으로
박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의 4강 신화에 힘을 보탰다. 그 덕분에 K리그 경남 FC,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의 사령탑을 지냈으나 뚜렷한 성과는 남기지 못했다.
그런 박 감독에게 베트남축구협회(VFF)가 손을 내밀었고, 박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에 올랐다.
▲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에서 거둔 성과를 소개하는 아세안축구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
ⓒ 아세안축구협회 |
베트남은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박 감독에게 청소년 대표팀까지 맡겼고, 박 감독은 청소년 대표팀에서 눈에 띄는 선수들을 성인 대표팀으로 발탁하며 눈앞의 승리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는 팀으로 만들었다.
박 감독과 베트남의 성공은 거침없었다. 2018년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나선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 사상 첫 4강 진출에 성공했고, 2022년에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까지 진출하며 절정에 달했다.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에 나선 베트남은 비록 본선 진출은 이루지 못했으나 중국을 3-1로 꺾으며 첫 승리를 거뒀고, 강호 일본과 1-1로 비기는 등 몇 차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 결과 베트남은 박 감독이 취임식에서 목표로 내건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10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축구 넘어 베트남 사회가 열광한 '쌀딩크'
박 감독의 지휘 아래 성장한 베트남 선수들은 K리그뿐만 아니라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무대에도 진출하며 베트남 축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는 "박 감독이 재임한 5년간 베트남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과거보다 수백 배 높아졌다"라며 "박 감독은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남겼고, 그의 리더십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극찬했다.
▲ 박항서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베트남축구협회 공식 페이스북 계정 |
ⓒ 베트남축구협회 페이스북 |
박 감독의 업적은 베트남 대표팀에만 그치지 않았다. 박 감독의 활약으로 동남아 축구에서 한국 지도자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신태용(인도네시아), 김판곤(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대표팀을 이끄는 한국인 사령탑이 크게 늘어났다.
또한 축구를 넘어 베트남 사회 전반에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데도 큰 몫을 하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증진으로 이어졌다.
박 감독은 향후 거취에 대해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나도 모르지만,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범한 사령탑으로 사라질 뻔했으나, 베트남에서 뒤늦게 축구 인생의 화려한 꽃을 피운 박 감독의 다음 도전이 무엇이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란 외교부 "윤 대통령 발언, UAE와 이란의 관계 무지 보여줘"
- 적반하장 일본... 윤석열 정부, 마지막 불씨마저 외면하나
- 파격에 파격, 최후의 카드까지 던진 윤 대통령... 기괴하다
- 필리핀 환경관리국 "민다나오섬 방치 유해폐기물 소유주는 부영"
- 남원 광한루원, 춘향이만 떠올려서 미안합니다
- 김만배 명품 받은 채널A 기자, 직무 배제... 열흘 넘게 "사실 확인중"
- "경철이 가슴에 적힌 '순15', 무슨 뜻인지...억울함 풀고 싶다"
- '천장 균열' NC백화점 야탑점, 성남시 긴급 사용제한 조치
- 유산소운동만 죽어라 고집하는 당신에게
- "문익환 목사 자료 국가 지정기록물 지정,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