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거부땐 총살, 두렵다"…'푸틴 사병' 바그너 지휘관의 탈출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전 지휘관이 복무 연장을 거부하고 노르웨이에 망명을 신청했다고 노르웨이 당국과 러시아 인권 단체가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부차 민간인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전직 바그너그룹 지휘관 안드레이 메드베데프(26)는 바그너그룹의 복무 연장을 거부하고 국경을 넘어 노르웨이로 건너갔다. 그는 탈출 이유에 대해 "바그너의 복무 갱신을 거부한 후 목숨을 잃을까봐 두려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바그너의 용병이었다가 우크라이나군으로 전향한 한 남성이 러시아 측에 의해 처형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메드베데프는 자신도 이렇게 살해 당할까봐 두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탈출을 도운 인권 단체 대표 블라디미르 오세치킨과의 인터뷰에서 "우린 총알받이처럼 싸우도록 던져졌다"고 말했다. 또 "싸움(전투)을 거부하거나 배신하면 총에 맞아 죽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자신이 지난해 7월 6일 바그너와 복무 계약을 맺었으며 지휘관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많은 용병을 잃은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범죄자들까지 용병으로 모집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서구에선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군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메드베데프는 "죄수들이 합류하기 시작했을 때, 바그너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우린 인간으로 취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주 더 많은 죄수들이 왔으며 (전장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의 변호사는 BBC에 "메드베데프는 바그너 용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복무하는 동안 다수의 전쟁범죄를 목격했다"며 "그가 전쟁범죄의 증거를 노르웨이로 가져갔으며 이를 전쟁범죄 조사 단체들에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세치킨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해 11월부터 모든 용병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되도록 지시했다.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의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메드베데프는 이를 거부하고 바그너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오세치킨은 바그너의 수배령으로 쫓기는 신세가 된 메드베데프의 탈출을 도왔다.
BBC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필사적으로 국경을 넘어 지난 13일 노르웨이에 불법 입국했다. 그는 노르웨이 도착 후 현지 민간인에게 서툰 영어로 도움을 요청한 뒤 국경수비대에 구금됐다. 이후 그는 노르웨이 경찰에 의해 불법 입국자들을 위한 시설에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례는 바그너 용병이 서구로 망명을 신청한 최초의 사례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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