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유족 논란에 사라진 ‘최재형 선생 묘’ 복원 길 열렸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처럼 유해를 찾지 못해 위패로만 모셔져 있던 순국선열도 현충원 묘에 안장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가보훈처는 유골이나 시신이 없는 순국선열의 위패를 배우자의 유골과 함께 국립묘지에 합장할 수 있도록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기존 국립묘지법은 유골이나 시신이 없는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에 대해 이름을 석판 등에 기록해 현충원 봉안소 보존하거나, 영정이나 위패를 배우자 유골과 함께 현충원 봉안당에만 안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유해가 없는 순국선열의 경우 유족 희망에 따라 배우자의 유해와 함께 위패가 현충원 묘에 합장된다. 보훈처는 국권 침탈 시기 일제의 방해 등으로 유골이나 시신을 찾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예우 강화 차원에서 이러한 방안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순국선열 유족의 안장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최재형 선생의 묘는 1970년 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에 조성됐다가 2009년 가짜 후손에 의해 엉뚱한 시신이 묻혔다는 사실이 확인돼 지금은 빈터로 남아있다.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와 최재형 선생의 유족은 현재 키르기스스탄에 묻혀 있는 배우자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여사의 유골을 모셔와 최재형 선생의 위패와 함께 서울현충원 묘역에 합장할 계획이다. 유족 등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에 이 같은 내용을 요청한 바 있다.
'시베리아 동포의 대은인'으로 불리는 최재형 선생은 제정 러시아 시절 군대에 물건을 납품하면서 축적한 전 재산을 무장 독립투쟁과 시베리아 이주 동포를 지원하는 데 바쳤다. 안중근 의사와 함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모의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최재형 선생은 19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 독립단을 조직한 뒤 무력 항쟁을 주도하다 다음 해 4월 일본군의 총격을 받고 순국했다. 정부는 최재형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현재 서울현충원에는 선생의 손자 최 발렌틴의 신청에 따라 선생 부부의 위패가 봉안된 상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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