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에 나무 심는데 4년간 몰랐다…'서초구와 소송전' 결말
산사태 예방사업 구역에 내 땅이 포함됐는데, 정작 나는 나중에야 알게 됐다면? 땅 주인에게 적법하게 알리지 않고 흙막이 사업을 진행한 경우 국가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7일 토지 소유자 A가 서초구를 대상으로 제기한 토지인도청구소송에서 서초구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내 땅에 흙막이 사업을 하는데, 나에겐 알리지 않았다
A씨는 1969년 서초구 염곡동에 위치한 약 406평의 땅을 샀지만, 위치를 잘못 알고 있다가 땅을 산 지 46년만인 2015년에야 제대로 된 자신의 땅을 확인하게 됐다. 그런데 뒤늦게 보니 그 땅의 일부(163평)가 서초구의 사방사업(흙막이사업) 대상지로 지정돼, 나무를 심고 석재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2012년부터 진행된 사업이었다. A씨의 땅은 구룡산에 인접해 있다.
통상 개인 소유의 땅을 포함하는 사업 계획을 진행할 때, 지자체는 각 땅의 주인에게 문서를 보내거나 사업시행계획 공고를 통해 미리 알린다. 지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이지만, 개인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도 2013년 A씨의 토지 등기에 기재된 주소로 ‘산사태 예방사방사업 시행 알림’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주소불명으로 반송됐고, 이후 별도 고시 절차 없이 그대로 사업을 진행했다.
손실보상절차가 있지만 A씨가 알게 됐을 땐 신청 기한이 지나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A씨는 “땅 주인인 나에게 알리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 절차는 하자가 있다”며 서초구에 2016년 토지인도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절차적 하자 크지 않아” 대법 “공익 위해 토지 무단 사용, 국가배상 책임"
A씨는 ‘서초구가 무단으로 토지를 차지하고 나무를 심었으니, 땅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그간 사용한 데 대한 부당이득을 돌려달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사방사업법'을 들어 '누구든 사방사업을 거부하거나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또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은 잘못이지만, 사방사업을 무효로 돌릴만큼 중대하거나 명백하지는 않고, 절차를 거쳤다면 A씨의 땅에는 사방사업이 시행되지 않았을 거란 입증이 없어 A씨가 주장하는 손해에 대한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개정 사방사업법 토지수용 규정 등으로 차후 손실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2심 재판부도 똑같은 결론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40년 전 땅을 살 때 토지등기에 기재한 A씨의 주소지에 한 차례 통지한 뒤, 주소조회 등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거나 규정에 맞게 공고를 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사방사업법’에 의해 손실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하는데, A씨는 사업이 진행된 줄도 몰라 기한 내 손실보상도 청구하지 못했다는 점도 짚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공익사업을 위해 사인의 토지를 소유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아무 보상도 하지 않아 토지 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했다”며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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