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37세에도 2점짜리 공격 터트리는 현대건설 황연주
"2점 줘야 해요."
14일 열린 여자배구 현대건설-KGC인삼공사전을 중계하던 박미희 해설위원은 깜짝 놀랐다. 현대건설 황연주(37)가 네트와 평행한 각도로 때린 스파이크 때문이었다. 박 위원은 기가 막한 앵글샷에 "전성기에나 볼 수 있던 각도"라며 감탄했다.
사령탑 강성형 감독은 "이렇게 많은 경기에 황연주를 투입할 줄 몰랐다. 세 살은 어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황연주는 젊은 선수들처럼 모든 팀 훈련을 성실하게 소화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연주는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나이가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웃으며 "팀에선 그렇게까지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생들이 내게 가끔 '언니 (우리 나이)서른 여덟이었어요?'라고 묻는다. 워낙 어린 선수들이랑 지내다 보니 나이도 잊고 사는 거 같다"고 했다.
황연주는 '2점짜리 공격'에 대해 "경험 덕이다. 젊은 선수들보다는 그런 볼 터치를 더 많이 했고, 경기를 뛰어서 그렇게 때릴 수 있었다. 길게 올라온 공은 직선으로 때리면 막힌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초반에 페인트 공격을 많이 넣어 수비수가 앞으로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후반에 그 쪽으로 때린 것도 있다. 경기가 잘 풀려 여유가 있어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황연주는 V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5년 원년 신인왕 출신으로 2010~11시즌엔 정규리그·올스타전·챔프전 MVP를 독식했다. 팀 동료 양효진에 이어 여자부 통산 득점 2위(5708점)고, 백어택은 유일하게 네 자릿수(1223개)를 기록했다. 비교적 단신(1m77㎝)이지만 뛰어난 점프력을 살려 강타를 날렸다.
최근 황연주의 출전 기회는 줄어들었다. 2017~18시즌엔 378득점을 올렸으나 이후엔 4시즌 합쳐 280점을 기록했다. 코트 안보다는 바깥 웜업존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주포 야스민 베다르트가 허리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황연주가 메우고 있다. 황연주는 야스민이 부상으로 빠진 이후 치른 8경기에서 3번이나 20득점 이상을 올렸다. 팀도 20승 2패(승점 56)로 1위를 지키고 있다.
황연주는 "몸 관리 비결을 다들 물어본다. 특별한 건 없다. 매일매일 하던 운동을 똑같이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매일 보는 사람은 살이 쪘는지, 빠졌는지 잘 모르지만 오래간만에 보는 사람은 확 느끼지 않나. 경기에 잘 안 나가다 많이 뛰니까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다. 어린 선수들에 비해 회복 속도는 떨어지겠지만, 운동 능력은 처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황연주의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는 후위공격 능력이 필요하다. 지금도 여전히 황연주는 멋진 백어택을 때리고 있다. 황연주는 "내 포지션에서는 당연히 장착해야 하는 공격 옵션이다. 사실 예전보다 버겁기는 하고, 예전보다 힘도 많이 안 실리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때린다"고 했다.
황연주는 "야스민이 돌아온다면 팀이 더 단단해질 것이다. 요즘 많은 칭찬을 받지만, 나는 밑바닥까지도 찍어봤다"며 "우리 팀은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이 잘 조화된 것 같다. 열 살 이상 차는 후배들은 언니들이 아주 편하진 않겠지만, 장난도 치고 잘 지낸다. 좋은 성적의 원동력인 것 같다"고 했다.
2020년 농구선수 박경상(전주 KCC)과 결혼한 황연주는 코로나19 때문에 신혼여행도 못 갔다. 황연주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는 5월까지 진행된다. 배구는 좀 더 빨리 끝나고, 4월엔 휴가가 끝난다. 그때 가고 싶었던 칸쿤은 이번에도 가기 힘들 것 같다. 짧게라도 가보려는 생각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황연주는 도쿄올림픽에서 해설위원을 맡았다. 자신과 함께 뛴 김연경, 양효진, 염혜선 등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선수 생활에만 집중하고 싶다. 황연주는 "해설은 공부를 해야하는 일이다. 국가대표팀은 편파적으로 해도 되는데 (프로배구는)다른 선수들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그래서 은퇴 이후에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지도자? 그것도 아직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코로나로 챔피언결정전이 열리지 못한 시즌(2019~20, 21~22)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챔프전이 무산되면서 우승을 놓쳤다. 프로에서 다섯 번이나 정상에 오른 황연주지만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었다. 황연주는 "한 번도 우승을 못하고, 그만두는 선수도 있지 않나. 1년, 1년이 더 소중하고 우승도 소중하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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