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글, 나도 쓸 테야!

손은경 2023. 1. 17. 11: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손은경 기자]

 글 배달이요!
ⓒ 언스플래시
"어제 <재벌집 막내아들> 봤어? 송중기 진짜 '잘' 생겼더라!"

그 유명하다던 <재벌집 막내아들>을 드디어 보았습니다.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다던 프링글스처럼 1화부터 2화, 3화 내리달렸는데요. 거, 재미도 재미지만 송중기 배우 참 '잘' 생겼음을 새삼 곱씹게 하더군요. 여러분도 자주 듣는 인사이겠지요. 잘 생겼다, 혹은 잘 예쁘다(라는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그러나 여러분, 누군가 내게 그가 왜 잘 생겼다고 생각해? 라고 묻는다면 저는 먹먹해질 것입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느낀 그대로 '잘'을 빌려 표현한 것일 뿐이나 '잘'의 근거를 물으면 말문이 막혀서요. 이토록 성의 없는 '잘'이라는 부사는, 이렇듯 추상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잘'이 오직 외모만 수식하는 단어는 아닐 테지요. 이런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글 한 번쯤 읽어보셨을 겁니다. '와 잘 썼다.' 우리는 이따금 잘 쓴 글을 만납니다. 이때도 마찬가지, 콕 집어 설명할 다섯 가지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만 느낌으로 압니다. 잘 썼구나. 내 내면의 전율은 거짓일리 없으니 믿어 마땅합니다.

그러나 느낌에 그치지 않고 알고 싶은 부분이 생깁니다. 도대체 '잘 쓴 글'이란 무엇일까. 잘 쓰고 싶은 사람에게 있어 '잘'은 해석하고 싶은 분석의 대상이 됩니다. 욕망은 집념이 되고 집념은 호기심을 부르곤 하니까요. '잘'이라는 느낌의 기준이나 구체적 근거 따위가 궁금해지는 것이죠.

잘 쓰고 싶을수록 무엇이 잘 쓴 글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송중기 배우에게 보낸 찬사처럼 막연하게 잘 생겼어요! 내 느낌이지롱, 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 글에 담긴 마음이 마르긴커녕 글 밖으로 넘쳐흐를수록 도대체 잘 쓴 글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던 날이 이어지다 어렵사리 답을 찾았고 오늘에야 그 답을 공개할까 합니다.

힌트부터 드리자면, 잘 쓴 글의 기준은 결국 '글' 그 자체에 있습니다. 글, 그 본질을 깨치고 나면 결국 잘 쓴 글이 의미하는바 또한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것. 그렇게 오늘 나눌 이야기는 글의 가장 기본이 되는 효용을 바탕으로 '잘'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발신자 의도가 수신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글"

여기까지 온 이상 글의 전제를 논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겠습니다. 여러분은 글의 효용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기록, 정리, 사고력 향상, 내면치유... 우리가 어림잡아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밖에 너무도 많습니다만. 여러분은 기록과 정리, 사고력 향상, 내면치유 저변에 깔린 무엇이 기록으로서, 정리로서, 사고력 향상이나 내면치유로서 우리에게 유익한지 알고 계실까요?

바탕은 결국 이것. 바로 '전달'입니다. '전달'은 글의 가장 기본적 효용입니다. 글에는 수신자가 있고 발신자가 있다는 말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글쓴이가 있고 읽는 이가 있다는 표현 다름 아닌데요. 즉, 글은 전달을 전제로 함을 말하겠습니다. 전달하는 사람과 전달받는 사람 양측이 '전달'이라는 목적으로 글을 쓴 것이기 때문인데요.

그렇습니다. 글은 전달되기 위해 쓰입니다. 나만 보려고 쓴 일기는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향해 전달한 글이고, 역사적 기록은 당대 사건 따위를 후대에 전달하기 위해 남긴 글입니다. 글 쓰며 정리하는 건 결국 전달 과정에서 삭제할 것과 추가 할 것을 가리는 일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사고력이 향상되는 것도 글로 전달하려면 논리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고요. SNS 계정에 올리는 모든 글은 이미 전달을 목적으로 타자에게 쓴 메시지이겠고, 일상에서 주고받는 메신저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전달하고 전달받는 거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쓴 모든 글은 '전달'될 것을 전제로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아마 앞선 질문('잘 쓴 글이란 어떤 글을 말하는 것일까?')에 대한 답을 추측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뭘까요? 잘 쓴 글이란, 이토록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잘'이라는 표현의 근거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글은 전달을 기반으로 한다는 전제하에, 잘 쓴 글은 '잘 전달된 글'을 말합니다. 풀어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잘 쓴 글이란, 발신자 의도를 고스란히 품은 글. 그리하여 발신할 당시 발신자 생각이나 의도 거의 그대로를 수신자가 수신한 글.'

가령 기록이라 한다면 당시를 훼손 없이 온전히 전달한 글이 잘 쓴 글입니다. 발신자가 수신자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었다면 수신자가 그 메시지를 온전히 건네받은 글이겠고, 발신자 자기감정을 전하고 싶었다면 그 감정이 그대로 전달된 편지가 되겠습니다.

추가 예시를 들어볼까요. 발신자가 수신자를 유쾌하게 할 심사로 쓴 글이었다면 수신자가 깔깔 웃으면 되는 것이겠습니다. 기부를 바라며 쓴 글이라면 수신자가 기부 전화를 거는 것이겠고요. 마치 과거가 미래로, 내게서 당신에게로, 내 마음이 네게로 이전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글로 나와 타자가 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선 수신이란 수신자 저 나름의 해석 따라 받아들이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또 하나는 발신자의 전달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결국 글 잘 쓰는 사람은 전달력이 높은 사람을 말합니다. 호소력 짙은 가수가 노래로 성공하는 것처럼). 무엇을 발신하는지 본인조차 헷갈려하는 글을 써 발신했다면 온전히 수신되기란 더욱 어려울 테고요. 수신자는 발신자로부터 무엇을 수신해야 할지 혼돈할 테니까요.

쉽지 않다는 것이, 그러니 포기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어디에나 길은 있고 다만 몰랐기에 포기하려 했을 뿐. 다음 편에선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하면/쓰면 좋을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