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환경관리국 "민다나오섬 방치 유해폐기물 소유주는 부영"
[구영식 기자]
▲ 필리핀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 시의 한 야적장에 방치된 부영주택의 폐기물 모습. |
ⓒ 오마이뉴스 |
▲ 필리핀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 항구. 이곳은 '참치의 수도'로 불리는 필리핀의 최대 참치공급도시다. |
ⓒ 삼원환경 제공 |
<오마이뉴스>는 지난 11일 '한국 비료공장 유해폐기물,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4년 넘게 방치' (https://omn.kr/229kd) 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옛 진해화학 비료공장 부지에서 나온 부영주택의 유해폐기물(폐석고)이 4년 이상 필리핀 민다나오(Mindanao)섬에 방치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유해폐기물의 화주(貨主, 화물주인)인 부영주택과 폐기물 처리 하청업체인 금송이엔지는 "유해폐기물이 아니다"라며 "폐기물을 수출한 삼원환경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필리핀의 환경부(Department of Environmental and Natural Resource, DENR) 소속의 환경관리국(Environmental Management Bureau, EMB)은 민다나오섬에 방치된 폐석고의 소유주로 '부영주택'을 명시했고, 이 폐석고는 지난 2019년 루손섬 잠발레스(Zambales) 주에서 압류됐던 것과 같다고 밝혔다. 필리핀 당국은 부영주택이 바젤협약(Basel Convention)에서 규정하는 '국가간 이동이 제한된 폐기물'을 필리핀에 수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DENR은 국가적 환경과 자연자원의 적절한 사용을 위해 보존, 관리, 개발을 책임지는 최고 정부기관이고, EMB는 입법과 환경관리, 오염통제를 위한 정책 및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EMB는 환경의 질, 폐기물 배출의 기준, 폐기물과 유해물질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환경오염법 실행시 필요한 기술적인 도움을 제공하는데 ▲ 환경의 질 ▲ 연구 및 개발 ▲ 환경영향평가 ▲ 환경교육 및 정보 등 4개의 기술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 필리핀 환경부 소속 환경관리국(EMB)이 2022년 6월 1일 부영주택의 폐석고 수출대행업체인 삼원환경에 보낸 이메일. EMB는 이 이메일에서 민다나오섬 제너럴 산토스 시에 방치된 폐석고의 주인(owner)은 부영주택임을 명시했다. |
ⓒ 오마이뉴스 |
최근 <오마이뉴스>는 필리핀 환경부 소속인 EMB의 환경영향평가부에서 부영주택의 폐석고 수출대행업체인 삼원환경에 보낸 이메일을 입수했다. 이것은 EMB의 환경영향평가 담당관(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 Preparer)이 지난 2022년 6월 1일 삼원환경에 보낸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부는 EMB가 운영하는 4개의 기술부서 중 하나다.
이 이메일에는 '한국의 진해항으로부터 온 재활용 석고 수입품에 대한 가압류'(Attestment on Importation of the Recyled Gypsum from Jinhae Port in Korea)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이는 '한국의 진해항에서 필리핀으로 수입된 재활용 석고를 가압류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입된 재활용 석고'는 부영주택이 지난 2003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매입한 옛 진해화학 비료공장 부지에서 나온 폐석고를 가리킨다.
EMB의 환경영향평가 담당관은 먼저 "철저한 검토를 통해 우리는 약 6만 톤의 수입 석고가 JY엔터프라이즈의 야적장에 있는 것을 최근에 발견했다"라고 전했다. 부영주택의 폐석고는 지난 2018년 9월~10월에 필리핀 민다나오섬 사우스 코타바토(South Cotabato) 주에 위치한 제너럴 산토스(General Santos) 시에 수출돼 필리핀의 물류업체인 JY엔터프라이즈의 한 야적장에 방치되어 있다. '야적장에 방치된 것을 최근에 발견했다'는 것은 부영주택의 폐석고가 방치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필리핀 환경관리국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담당관은 "(대략 6만 톤의 수입석고는) 토양개선제(soil conditioner) 상품으로 등록돼 제너럴 산토스 항을 통관"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필리핀에 수출된 부영주택의 폐석고는 수출되기 전 필리핀 현지에서 토양개선제로 상품등록을 했고, 통관된 이후에는 바나나농장 등에 토양개선제로 팔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수출된 부영주택의 폐석고가 토양개선제로 쓸 수 없는 유해폐기물로 드러나자 수입업체가 인도를 거부하고, 화주인 부영주택과 하청업체인 금송이엔지가 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서 4년 이상 방치돼온 것이다.
이미 수입업체인 BTBD 벤처스는 지난 2018년 12월 6일 삼원환경과 금송이엔지에 보낸 'Notice of Complaint'(불만사항 고지)에서 "우리는 석고 제품이 아주 유해한 폐기물이라고 의심한다"(We suspect that your gypsum product is really harmful)라며 "(토양개선제로서) 농장주들(farmers)에게 공급할 수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벌써 세 번이나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어떤 응답이나 (문제해결을 위한) 조치를 얻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 CNN은 지난 2019년 11월,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보낸 방사능 독성 폐기물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
ⓒ CNN |
이어 환경영향평가 담당관은 중요한 내용을 언급했다. "(제너럴 산토스 시에 방치된 수입석고는) 2019년 11월 잠발레스에서 필리핀의 해안경비대에 의해 압류됐던 것과 같은 상품이라는 것이 입증됐다"(proved out to be of the same commodity that was seized by the Philippine Coast Guard in Zambales in November of 2019)라고 밝힌 것이다.
부영주택은 옛 진해화학 부지에서 나온 폐석고를 지난 2018년부터 여러 차례 필리핀에 수출했다가 압류되거나 반송되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반송됐다가 광양항에 방치돼 있던 5300톤의 폐석고를 지난 2019년 11월 다시 필리핀에 보냈다가 필리핀 당국에 의해 적발된 것이다. 당시 CNN은 'Toxic waste from South Korea seized in Zambale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안경비대와 국립수사국이 독성화물을 내리는 동안 승무원을 체포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필리핀 재무부는 필리핀에 수출된 부영주택의 폐석고를 '국가간 이동이 제한된 폐기물'로 판정했고, '바젤협약에 대한 필리핀의 의무를 준수해 (부영주택의 폐석고를) 간척 및 토지개선사업을 위한 매립재로 수입할 수 없다'며 한국으로 반송하라고 조치했다(2019년 9월). 특히 이러한 내용은 필리핀 대통령실에도 보고됐다. (관련기사 : [단독] 부영그룹 폐기물 해외밀반출 의혹, 필리핀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시사저널)지난 2019년 11월에 일어난 압류사건은 필리핀 당국이 이렇게 취한 조치들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일이다.
필리핀이 부영주택의 폐석고에 대해 압류와 반송 등의 조치를 반복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부영주택의 폐석고가 재활용이 가능한 '정제된 중화석고'가 아니라 제대로 정제하지 않은 '산성 폐석고'였기 때문이다. 지난 1989년에 설립돼 아시아와 유럽, 중동에 사무실을 둔 국제적 해양문제컨설팅업체인 Andrew Moore & Associates나 국내 환경유해물질분석기관인 SGS Korea에서 부영주택의 폐석고 성분을 분석·검사한 결과에서도 산성 폐기물로 드러났다.
또한 담당관은 "이 석고의 주인이 부영주택임이 드러났다"(The details reveal that the owner of the gypsum is Booyung Co.,Ltd)"라며 "석고는 삼원환경이 두 차례 선적한 것이고, BTBD 벤처스가 수입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4년 이상 방치된 유해폐기물의 화주가 '부영주택'임을 분명하게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부영주택측은 "중화처리해 중화석고 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했다"라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수출이 완료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폐기물 처리 하청업체인 금송이엔지측도 "재활용할 수 있는 석고이고, 필리핀에서도 토양개선제로 허가난 것이다"라며 "(방치된 폐기물은) 삼원환경이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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