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UAE 적은 이란”…野 “함께 전쟁이라도 치르겠단 건가”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전쟁이라도 치르겠단 건가”라며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다.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놓고 이란 외무부는 16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이란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 이들 사이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 전적으로 모르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협력국 이란이 졸지에 적국으로 바뀌었다”며 “국제관계를 적군 또는 아군으로 접근하는 이분법적 외교인식은 외교안보와 국가안전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만 나가면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같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내의 ‘윤석열 정부 외교참사ㆍ거짓말대책위원회’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이란을 대한민국의 적으로 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으로 매우 위험천만한 발언”이라며 “UAE와 군사협력 차원의 파병을 넘어 함께 전쟁이라도 치르겠단 건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해당 발언이 “‘날리면’ 사태의 데자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해 9월 윤 대통령 미국 순방 당시 불거졌던 비속어 논란 등을 들며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마다 국민 걱정을 사고 있다”(민주당 관계자)는 지적이다. 국회 외통위 위원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유엔 제재 강화 이전에 이란산 원유를 많이 구입하는 등 우리나라가 이란과 유지해 온 우호적인 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러시아와 이란이 가까워진다는 이유로 적성국가로 판단한 것 같다”며 “이제와서 ‘이란이라고 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할 건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논란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장병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며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입장문을 통해 “UAE에서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격려 말씀”이라며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 불필요하게 확대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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