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강아지들의 입양을 준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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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기자]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 할까?'
반려견 장군이와 꽃순이를 바라보며 고민이 가장 컸던 부분이다. 동물의 존엄성을 생각하면 도저히 내 마음대로 자궁을 드러내는 수술대 위에 반려견을 올려 놓을 수가 없었다. 일 년에 두 차례씩 암컷과 수컷을 잘 단속하면 될지도 모른다는 낙관론으로 2년이라는 시간을 흘러 보냈다.
"암컷은 새끼를 낳게 되면 더 자궁에 병이 생겨서 건강하게 오래 살기 힘들어요. 건강을 위해서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게 오히려 좋아요."
단골 동물병원 원장님의 조언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중성화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는 내년 봄에는 중성화 수술을 시키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시골에서는 면사무소에 신청만 하면, 마을 반려견들의 중성화 수술을 무료로 해준다니 봄까지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봄을 기다리던 지난해 시월의 가을날. 우연한 사고로 꽃순이가 임신을 하게 될 줄을 몰랐을 뿐더러, 일곱 마리 새끼 강아지들을 낳을 거라는 건 상상조차도 못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너무나 큰 충격이었지만, 꽃순이의 임신을 축복하며 어미의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 두 달의 임신 기간을 거치고 12월이 되어, 우리는 세상에 갓 태어난 일곱 마리 꼬물이 천사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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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반려견의 임신과 출산. 경이롭고 신비한 한 생명체의 삶과 존엄성을 배우기에 충분했다.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기쁨과 환희를 맛볼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고 생각한다.
한 생명체가 어미의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와 어미의 품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며 자라 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어미의 절절한 모성애는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저절로 숙연해지게 만들었다.
처음 해보는 어미 역할인데도 어쩌면 그리도 잘 해내는지 칭찬을 해주고 또 해주고 싶었다. 어미는 일곱 마리의 새끼들에게 몸이 말라가도록 젖을 물리고, 일곱 마리들이 배설하는 모든 배설물이 바닥에 닿기 전에 바로바로 깨끗하게 뒤처리를 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 마리 한 마리 냄새를 맡아가며 몸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쉬지 않고 핥아주었다.
어미의 부지런함과 헌신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어 보였다. 그렇게 어미는 화장실에 갈 때와 준비해 준 미역국을 먹는 식사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일곱 마리 새끼들을 품고 있었다.
▲ 평화롭게 잠자는 강아지들 |
ⓒ 정은경 |
눈을 마주치며, 손을 내어주고, 냄새를 맡으며 손가락을 핥아주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이 되었다. 기분이 좋다고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기도 하고,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반갑게 달려 나오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조심조심 기다가 걷다가 탐색하며 열심히 세상을 배워가는 중이다.
▲ 일곱 마리 귀염둥이 인절미 요정들 |
ⓒ 정은경 |
"일단 한 두 마리 정도는 우리가 키우기로 하자. 그래도 우리는 반려견이 네 마리, 다섯 마리가 되는 거야. 나머지는 좋은 분들에게 입양을 보내자."
가족회의를 했다. 다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최선이다. 동물병원 원장님께 도움을 청했다. 초보 반려견의 보호자인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분이시다. 변함없이 친절하게 조언해 주시고, 설명해 주시며, 심지어 전화 상담까지 따뜻하게 받아주시는, 우리에게는 이런 은인이 따로 없다. 이번에는 일곱 마리 새끼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다.
"얼른 사료를 따뜻한 물에 불려서 이유식을 시작하며 어미젖을 줄여가야 해요. 어미가 젖을 오래 물리면 어미가 힘들어서 병이 올 수도 있어요. 그리고 어미랑 새끼들이 사이가 안 좋아질 수도 있고요."
전화로 먼저 상담을 하고 직접 찾아뵈었다. 입양을 위해 고민을 나누었더니 진지하게 상담을 해주신다.
"이제 한 달이 되었으니 사료를 불려서 먹는 연습을 시켜야 해요. 그래야 어미를 떠나서도 잘 살 수 있으니까요."
지금 당장에는 그 누가 새끼 강아지들을 데려간다 해도 도저히 떠나보내지 못할 것만 같다. 눈에 삼삼하게 밟히는 맑고 예쁜 강아지들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아직 덜 되었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막 서서히 여기저기 우리 강아지들 입양 소식을 알리기 시작한다.
헤어질 결심이 또 다른 아름다운 만남으로 결실을 맺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한다. 이 세상에 한 생명을 갖고 태어난 강아지들이 소중함을 인정받고,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 모은다.
어쩌면 내 생애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고, 나와 우리 가족에게 숭고한 경험으로 남게 될 일곱 마리 칠둥이 인절미 꼬물이들로 인해 행복하고 감사하다. 우리 시골 마을 북카페 꿈꾸는 정원에서 아기 천사들이 태어나주니 더없이 고맙다. 한편으로는 일곱 마리를 다 책임져주지 못해 한없이 미안하다.
통곡하며 단 한 마리도 보낼 수 없다고 우는 딸아이에게 덩달아 하소연을 했다. 엄마도 아프다고, 엄마도 너처럼 크게 울고 싶다고, 엄마도 일곱 마리를 다 기르고 싶다고 말하는데 목이 메였다.
▲ 사랑스런 강아지들의 폭풍 성장하는 모습 |
ⓒ 정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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