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해외行 카운트다운하는 중국…수요 폭발한다

베이징=김현정 2023. 1. 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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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중국인들이 지난 3년간 발목을 잡았던 '제로코로나' 족쇄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여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 주요국들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화 등 검역을 강화하며 국경 간 장벽을 높이고 있지만,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설 경우 전면적 '리오프닝'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와 중증 환자 수를 공개하면서 '데이터 폐쇄'라는 국제 사회의 비난에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내의 공포감은 이미 상당 부분 희석됐다. 16일 중국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 따르면 전날 기준 기침이나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과 관련된 검색량은 1451만1379건으로 전날 대비 13.63% 감소했다. 관련 수치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3억건을 웃돌며 전염병에 대한 공포감을 고스란히 보여줬지만, 최근 들어 연일 완화하는 추세다. 전염병 예방이나 의료 문제에 대한 검색량 역시 407만9098건으로 하루 전보다 12.30% 줄었다.

해외여행 예약 전년 대비 540% ↑
정부, 이례적으로 사망자 수 발표하며 국제사회 비난 대응

중국 당국이 제로코로나에 대한 사실상의 정책 폐지안을 발표한 직후 중국의 해외여행 수요는 가파른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국민 대이동 기간인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 여행 전문사이트 씨트립을 통한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예약은 전년 대비 540% 급증했다. 당국은 국제선 항공편을 이달 말까지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88%까지 회복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내 인구 이동은 이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1~8일 기준 베이징, 상하이, 광둥, 선전 등 1선 도시의 지하철 평균 이용량은 지난해 대비 70%, 2019년 대비 67% 회복한 상태다. 2선 도시 역시 지난해의 67% 회복으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춘제를 전후로 하는 특별수송 기간(1월 1일~2월 15일) 동안 중국 내 이동 연인원은 21억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중국의 높은 저축률도 해외여행 수요의 급격한 회복 전망에 힘을 싣는다. 중국 광밍르바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중국 내에서는 저축률의 급격한 상승세가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중국 거주민의 저축률은 36%에 달해 연초 대비 5%포인트 상승했으며, 1~8월 가계 예금은 같은 기간 2.3배 급증해 10조위안(약 1837조원)에 달했다. 특히 소비 성향이 강한 18~34세 젊은층의 저축률도 2020년 20% 수준에서 올해 들어 25%로 급등했다. 현지 언론은 "중국인들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소비를 줄이며 저축액을 크게 늘렸다"면서 "재개방(리오프닝) 이후 빠른 소비 회복을 기반으로 경제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태국 등 中 관광객 환영 분위기도
관건은 코로나19 확진자 수 추이
정점 찍고 안정화 시 이동 폭증할 듯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급증할 시점은 코로나19 확진자 정점을 비롯한 방역 추이가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일 허난성과 저장성 등 다수의 지방정부는 이미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나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허난성은 인구 9883만으로 중국 내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지역인데다가 도시화율(56%)이 비교적 낮은 대도시다. 도시와 농촌이 혼재하는 도시에서 원만하게 코로나19 정점을 넘겼다면 춘제 이후에도 사망자 폭증과 의료 시스템 붕괴 없이 대유행이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중국 국무원이 이례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를 지난 14일 발표한 것 역시 최악의 상황이 지나가고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국무원은 지난해 12월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전국 의료기관이 누적 집계한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 관련 사망자 수가 5만9938명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관련 입원 환자 수는 지난 5일 162만5000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여 12일에는 127만명까지 떨어졌고, 중증 입원 환자 역시 같은 기간 약 12만8000명에서 10만5000명으로 줄었다.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환영의 메시지를 연일 띄우며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부총리 겸 보건부 장관은 지난 9일 방콕 공항에 직접 등장해 중국인 관광객을 환영했다. 앞서 태국 당국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대책을 내놨다가 철회했고,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겠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주변국인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싱가포르 정부도 중국 관광객에 대한 별도의 방역 강화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동남아시아의 여행 관련 매체 TTRW는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곧 재개될 것이라면서 이를 두고 "잠자는 용이 곧 깨어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제선 수용 능력이 2019년의 10%에 불과하고 수급 불안으로 항공권 가격이 치솟은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2분기께 중국 아웃바운드 시장은 강하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과 한국은 코로나19 방역과 검역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는 중이다. 한국이 지난달 30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의무화와 단기 비자 발급 제한, 항공편 증편 제한 등 방안을 발표하자 중국은 10일과 11일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중단과 비자 면제 일부 중단 방침을 내놓으며 응수했다. 다만 한국은 관련 제한을 이번 달 31일까지로 한정해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현황 등을 살펴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중국은 한국의 결정에 연계해 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중국의 전염병 상황이 좋아지면 단기간 내에 한국과 중국 간 왕래가 회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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