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서 시작된 尹의 정치…'8개월 뚝심' 수출 생태계 회복
검수완박 압박으로 검찰총장직 사퇴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의 무너진 관련 수출 생태계가 회복국면에 본격 돌입했다. 정치 참여의 계기로 '원전'을 꼽았던 윤 대통령이 취임 8개월 동안 수차례에 걸친 정상회담과 원전 산업 복원을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라는 평가다.
1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나하얀 UAE 대통령은 한·UAE 정상회담, 바라카 원전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UAE의 추가 원전 협력 및 제3국 공동진출 등을 약속했다.
지난 5년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소원해진 UAE와의 원전 협력도 복원되고 있는 셈이다. 아부다비 알다프라 지역에 건설된 바라카 원전은 지난 2009년 한국이 최초로 수주한 해외 원전이자 중동 최초의 원전이다. 문 전 대통령은 UAE를 방문한 2018년에는 현장을 찾았지만, 올해 1월 방문 때는 찾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그간 꾸준히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과 수출전략을 강조한 것이 이번 UAE와의 협력에 교두보가 됐다는 평가다.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 및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구속영장 청구 인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압박으로 검찰총장직에서 사의한 윤 대통령은 대선출마 선언 직후인 2021년 7월5일 첫 민생행보의 일환으로 당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였던 주한규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같은 해 11월29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격으로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전원자력연료 방문한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내동댕이치는, 그래서 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하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분야 중에 하나"라며 탈원전 정책을 강력 비판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원전 업체 방문, 취임 100일 기자회견, 국무총리 주례회동, 비상경제민생회의, 2023년 업무보고 등을 통해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 및 수출 등을 위한 방안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42일만인 지난해 6월22일에도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에서 열린 원전 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 참석해 "만일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이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했더라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관련 산업 생태계 복원을 약속했다.
당시 정부는 원자력 연구·개발(R&D)에 지난해 6700억원, 2023~2025년 3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계획과 소형모듈원전(SMR)의 독자모델 개발·상용화를 위한 투자 3992억원, 중소기업 정책자금·기술보증·협력업체 융자 지원 등에 38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원전업계에 공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27일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원전과 방산 모두 국가 안보와 밀접한 영향이 있는 만큼 패키지로 가고 있어 정밀한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12월2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2023년 업무보고에서도 원전 산업과 원전 활용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이와 동시에 윤 대통령은 직접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취임 이후인 지난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한 영국, 폴란드와의 정상회담, 지난해 11월 한·네덜란드 정상회담 등을 통해 신규 원전 건설 사업 관련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도 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의 기자재 공급과 건물, 구조물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UAE 방문을 계기로 추가 원전 수주 및 제3국 진출, 에너지·인프라 건설 등 전통 분야 이외에도 방위산업, ICT(정보통신기술) 등 패키지 수출로 지평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제순방에 초점을 맞춘 이번 순방에 윤 대통령이 장관들과 한국 기업인들을 이끌고 바라카 원전을 찾은 이유도 기회 확보 차원이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계획을 들은 무함마드 UAE 대통령은 "UAE의 청정 전력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원전 사업의 글로벌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자랑스럽다" 호응하기도 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의 고위 관계자가 비공식으로 "한국전력에서 좋은 요청을 하면 검토해보겠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3국 공동 진출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영국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고 있다"며 "이미 실질적인 논의가 많이 이뤄졌고 서로 협약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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