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로 '힙'해지는 전통시장…"젊어져야 살아 남는다" [가봤더니]

안세진 2023. 1. 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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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을지로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이제는 전통시장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시장이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힙’해서다. 기성세대에게 낡고 불편한 곳이 되어가는 시장은 젊은 세대가 향유하는 현대적인 콘텐츠와 만나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이들의 발길을 이끄는 것은 다름 아닌 젊은 기업들이다.

17일 경동시장 한복판에는 커피 프랜차이즈의 대명사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다.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960년대에 지어졌던 폐극장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한 매장이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전통시장 내에 매장을 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스타벅스는 시장과 상생을 이뤄나가고자 동반성장위원회, 경동시장상인회, 케이디마켓주식회사의 4자 간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옛날 극장을 리모델링한 만큼 그 감성이 묻어난다. 극장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면 층별로 놓인 어마 무시한 좌석들이 기존 스크린이 위치해 있던 매대를 바라보고 있다. 음료를 주문하면 주문번호가 카페 외벽에 거대한 크기로 영사된다. 지금처럼 영화가 디지털화 되기 전, 직원이 직접 필름을 돌려 영상을 재생했던 영사기 느낌을 고스란히 전한다. 영사실은 직원들의 휴게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동 1960점은 스타벅스의 5번째 커뮤니티 스토어다. 이는 스타벅스가 지역사회의 긍정적 변화와 장기적 발전을 위해 매장 매출 일부를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는 사회 공헌 사업이다. 시장에 커뮤니티 스토어를 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동 1960점은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품목당 300원씩을 적립해 경동시장 지역 상생 기금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 기금으로 지역 인프라를 개선하고 상생 프로그램을 발굴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상인들은 젊은 세대의 시장 방문으로 시장이 보다 활기차졌다고 기뻐했다. 시장에서 일하는 김모씨(60)는 “젊은 친구들이 제품을 안사도 된다. 그냥 이 거리에 젊은이들이 북적댄다는 것 자체로도 보기가 좋다”며 “물론 방문했다가 경동시장에서 파는 제품을 구매해가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문래동, 성수동처럼 옛 것과 현대의 것이 어우러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말이었던 지난 14일 방문했던 실제로 현장엔 많은 20~30대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고 애플 헤드폰을 낀’ 이들은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뽕짝 멜로디에 몸을 흔들며 시장으로 하나둘 진입했다. 내부는 방문객들로 가득했다. 사람들로 가득한 극장에서 오는 압도감이 엄청났다. 스타벅스 직원들은 계단 중간에서 테이블이 나길 기다리는 방문객들에게 안전을 이유로 다른 곳에서 대기해달라고 연신 부탁하며 돌아다녔다. 

이날 매장 안에서 만난 박모씨(33)는 “오는 길이 정말로 경동시장 한복판을 지나서 와야 해서 계속 이 길이 맞나 생각할 정도였다”며 “덕분에 시장 구경까지 하고 들어오니 전통시장 테마파크라는 느낌까지 들었다. 카페 이상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주말에 왔더니 30분 째 자리를 못 잡아서 결국 계단에 앉아서 먹고 있긴 하지만 한번쯤 오기엔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스를 타고 광장시장으로 이동했다. 여기에 요새 힙한 빵집이 있다고 해서다. 젊은 친구들이라면 다 아는 ‘어니언’이 그 주인공이다. 광장시장 입구 모퉁이에 자리한 매장은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국내외 방문객의 눈과 코를 사로잡고 있었다. 

어니언의 광장시장점은 오픈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곳은 원래 60년 동안 이어 온 금은방이었다. 금은방 때 사용하던 오래된 목재 구조물은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여 매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도 우리가 흔히 보던 플라스틱과 나무합판을 이용했다. 메뉴판은 종이 박스를 이용했다. 매직으로 대충 적어놓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로컬 느낌이 났다. 사실 방문객 입장에선 좁고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이를 문제 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 또한 시장이 가진 매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격도 시장 물가에 맞췄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3500원. 기본 4000원 이상 하는 다른 프랜차이 매장보다 저렴하다. 어니언 1호점인 성수점과도 가격이 달랐다. 성수점에서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5000원이다. 장모씨(27)는 “요즘 유명한 카페들은 되게 비싼데 여기 가격은 아메리카노 한 잔에 3500원으로 전통시장 안에서 튀는 가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에서 놀러온 김모씨(29)는 “처음에는 부산말로 ‘얄구지다’고 생각했는데 이 카페랑 앞에 있는 붕어빵집을 기준으로 광장시장에 젊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걸 보니 상생 관계의 좋은 전략인 것 같다”며 “이게 요새 말하는 ‘K-힙’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울 대표 전통시장 두 곳과, 그곳에 위치한 카페 둘은 언뜻 전혀 연관이 없는 듯 보이면서도 꽤나 잘 어울렸다. 물론 카페 몇 개가 생겼다고 갑자기 전통시장이 부흥할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무엇보다 시장에는 지금껏 상관없던 20~30대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시장을 찾고 있었고, 그 자체만으로 시장은 활기차고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다.


유통산업발전법이란 게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형마트의 주말 영업을 한 달에 두 번 중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2012년도에 도입됐다. 제도 도입 초기엔 어떠했을지 모르겠지만 10년이 지난 현시점 해당 법은 효과가 없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실제 소상공인시장진흥공사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전통시장은 1401개로, 불과 2년 전인 2018년보다 40개가 줄었다. 같은 기간 시장 내 점포 수도 24만2440개에서 24만623개로 감소했다. 유통업계에선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10년 뒤 30%의 전통시장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라는 적을 만들고 규제를 한다고 전통시장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규제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겠지만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그에 따른 새로운 제도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거다”라며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들이 놀 수 있는 장을 제공하도록 하면 전통시장이 오래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글 사진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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