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후계자]⑤롯데 3세 신유열…경영에 뛰어들다

오현길 2023. 1. 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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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따라 금융·화학 배워
10년 내 경영권 물려받을 전망
수소·배터리 신사업 경영능력 입증

편집자주 - 새해가 시작됐지만, 기업들이 직면한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와 저성장이라는 ‘3고1저’ 복합위기가 도래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기업의 움직임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은 경영 리더십이다. 가업을 이어받고자 경영 최일선에 나선 재계의 MZ세대 3,4세 후계자들이 어떤 대답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그룹의 흥망성쇠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시장을 개척하거나 시대 변화에 맞춰 회사의 경영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기업의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의 활약상을 한발 먼저 그려본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작년말 롯데그룹 인사에서 최대 관심사는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보의 승진 여부였다. 그는 ‘보’자를 떼고 상무로 승진했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해 이듬해 임원에 올랐고 다시 1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그의 상무 승진은 경영승계의 신호탄이란 평가다. 아버지인 신동빈 회장은 상무에 승진 후 7년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 상무도 10년 내 경영권을 물려받을 가능성도 있다.

신 상무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전 과정을 갖추고 있는 귀족 사립학교인 아오야마 가쿠인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회장도 이곳에서 대학까지 졸업했다. 신 상무는 아버지와 달리 일본 게이오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으로 넘어가 신 회장과 같이 컬럼비아대 MBA를 과정을 밟았다.

학업을 끝마치고 일본 노무라증권에 입사한 것도 아버지의 길을 뒤따른 것이다.신 회장이 1981년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7년간 근무한 것처럼, 신 상무도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지점 등에서 근무하다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신 회장은 1990년 당시 35세의 나이에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올라서며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신 상무도 롯데홀딩스를 거쳐 작년 롯데케미칼 상무보에 올라 일본 도쿄지사에서 기초소재 영업과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부자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똑같은 경영 수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신 상무는 자신의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것 뿐만 아니라 일본 국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병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만 38세가 되는 2025년 이후에 귀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신 상무는 대외활동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일 롯데홀딩스 교류회에 참석하고 신 회장의 베트남 출장길에 동행했다. 롯데-노무라 교류회에도 참석했다.

올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3'에도 등장했다. 신 상무는 지난 6일(현지시각)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과 함께 SK 전시관을 방문, 신 회장을 대신해 현장을 둘러봤다.

특히 경영 수업의 첫 발을 똑같이 롯데케미칼에서 시작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룹 내 롯데케미칼이 차지하는 중요도를 생각할 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호남석유화학이 롯데대산유화와 케이피케미칼을 차례로 합병하면서 2012년 롯데케미칼로 출범했다. 여기에 2015년 삼성SDI 화학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삼성그룹 화학 관련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주축 계열사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다만 지난해에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은 16조78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5%나 증가했지만 36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복합 위기 상황 속에서 올해에도 석유화학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하지만 회사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롯데케미칼은 미래 사업의 핵심으로 수소에너지와 전지소재, 리사이클, 바이오 사업을 선택하고, 추진사업단을 발족하는 등 신사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수소분야에서는 2030년 120만t 친환경 블루·그린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국내 도입하겠다는 목표로, 국내외 수소산업 밸류 체인 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지소재 분야에서는 핵심소재인 양극박, 전해질 유기용매, 분리막 소재 사업을 진행중이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음극박 사업 진출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플라스틱 열분해 나프타 등 석유화학 제품 리사이클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가운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아들 신정훈 씨와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 신유열 씨가 영정사진과 위패를 들고 이동하고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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