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꿀꺽' 1000명 육박…근무일수·직원 부풀려
처벌은 대부분 집행유예 그쳐
"정부·경찰 단속 한계…내부 고발 등 활용"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지난해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수령자가 1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근무 일수와 직원 수 등을 늘려 신고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17일 아시아경제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단속 현황'을 보면, 지난해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사람은 972명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849명)보다 14% 증가한 수치다. 국고보조금 지급액이 대폭 늘면서 부정수급 사례도 많아졌다. 국고보조금은 2018년 66조9000억원에서 올해 102조3000억원으로 최근 5년 새 52.9%나 증가했다. 검거 건수는 같은 기간 322건에서 482건으로 늘었다. 다만 구속 인원은 10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보다는 일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보통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수사 의뢰가 들어와야 개시를 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검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송치된 인원은 2019년 3309명, 2020년 223명이었다.
◆근무 일수·직원 수 늘려서 세금 꿀꺽=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해 12월20일 서울의 한 요양보호센터장 이모씨를 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씨는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 노인들에게 제공한 서비스 일수를 늘리거나 요양보호사 자체를 더 많이 등록하는 방식으로 1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해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을 검토한 결과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 최근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9월 생존수영 교실 사업 예산을 유용한 혐의로 총 4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19년 5000만원 규모의 보조금이 투입된 생존수영 교실 운영 과정에서 실제로는 수업을 진행하지 않거나 축소해 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처벌은 '집행유예'…내부고발·신고 활용= 세금을 부정 수급한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지만 정작 처벌은 집행유예 등에 그치고 있다. 추징금 납부 여부 등이 참작되는 분위기다.
울산지법 형사8단독은 지난해 8월 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총 5차례에 걸쳐 고용유지 지원금 2300여만원을 부정으로 받았지만,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는 점이 재판에서 참작됐다.
대구지법 형사10단독도 보조금을 부정하게 타낸 어린이집 원장 B씨(59)와 C씨(58)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총 1억8000만원을 부정하게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급받은 보조금이 어린이집 운영에 투입된 것을 고려했다.
전문가들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은 경제질서를 교란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 신고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검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걸리면 벌금을 내면 돼지란 생각으로 죄의식이 결여돼있는 양상이 있다"며 "전수조사의 경우에도 직접 찾아가는 대면조사가 아닌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경찰 등이 단속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부 고발과 신고 제도 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복지정책이 늘어나면서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경각심을 줄 정도로 처벌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적발 점검을 강화키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부정수급 탐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하고, 국고보조금 3억원 이상을 수령한 경우에는 회계감사를 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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