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업계, 급식 규제 ‘발목’…올해도 해외시장 공략에 힘
공정위 규제에 “국내 성장 어렵다”
해외시장 성장가능성 ‘무궁무진’
프레시웨이만 경쟁사와 다른 행보
식자재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갈수록 국내 급식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된 공정거래위원회 급식 규제 탓에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불황을 탈피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연령층을 확대한 기능성 제품 출시와 함께 가정간편식(HMR) 개발과 같은 소비자 접점 넓히기가 대표적이다. 업계의 사업 다각화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급식 규제와 만나 더욱 절실해졌다.
올해 들어서는 해외 진출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 한 데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배경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K-푸드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한 몫 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식자재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월 공정위와 8개 대기업 집단은 계열사 등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전격 개방했다. 그간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지적을 받아온 것이 주요 배경이 됐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중소업체들에겐 새로운 사업의 기회이자 미래 먹거리 확보가 될 수 있지만, 대기업 계열 업체들은 다양한 리스크와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외부에 일감을 개방해야만 한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2021년 단체급식 사업의 입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급식 사업 비중이 높은 업체는 타격을 크게 받았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함께 터지면서 재택근무로 인해 구내식당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 “서로 다른 전략”…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
식자재 기업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워홈은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을 세웠다. 아워홈에 따르면 이 회사의 해외 법인 매출 비중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10%을 넘어섰다. 현재 아워홈은 중국·베트남·미국·폴란드에 법인을 두고 단체급식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아워홈은 2021년 9월 미국 우정청 구내식당 운영권 수주를 계기로 미국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국내 단체급식 기업 가운데 미국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권을 따낸 것은 아워홈이 처음이다. 아워홈은 중국에서 40곳, 베트남에서도 45곳 등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은 시무식에서 ‘2023년 경영계획 및 중장기 전략방향’을 직접 발표하며 “글로벌 선도기업들과 같이 해외 사업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올해부터는 국내를 넘어 컴패스·소덱소 같은 글로벌 기업을 경쟁사로 설정하자”고 강조했다.
삼성웰스토리도 2012년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 단체급식 시장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 진출한 베트남에서는 이미 1위 급식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올해도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올해 1분기 안에 새로운 콜드체인 물류센터가 착공될 예정이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해외 단체급식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2011년 중동지역을 시작으로 10여 년 간 쌓아온 단체급식 역량을 활용해 지난해 미국·이라크 등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했다. 미국, UAE, 쿠웨이트, 중국, 멕시코 등 총 7개국으로 진출 국가가 가장 많다.
단체급식과 주거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리모트(remote)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리모트는 사회 인프라망이 구축되지 않은 해외 건설 현장 등을 대상으로 단체급식과 함께 숙소·보안·세탁·청소 등 주거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토털 서비스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달부터 멕시코 타바스코주의 삼성엔지니어링 정유공장 건설 현장에서 단체급식과 함께 400실의 숙소·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올해도 기존 진출 국가 이외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사업 확장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반면 CJ프레시웨이는 해외 시장보다는 국내 시장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사의 사업 성공을 위한 각종 컨설팅을 제공하는 솔루션 사업을 필두로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식자재를 공급하는 고객사의 신규 브랜드 론칭 또는 메뉴 개발을 지원하는 식이다.
또한 단체급식 사업에서는 외식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메뉴, 저탄소 및 채식 메뉴 등 다양한 특식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간편식 테이크아웃 코너 '스낵픽' 확대와 사전 주문 등이 가능한 단체급식 고객용 앱(APP) '프레시밀' 도입 등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노동인구 감소, 경쟁 심화 등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며 “이에 각 기업들은 기존 진출해있던 해외국가에 마련해놓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단체급식사업은 식재 공급망, 인력관리 등 초기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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