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압수수색하라" 커지는 美문건유출 논란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들이 개인 사무실과 사저 등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미 정치권 내 논쟁이 점점 격화하고 있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압박하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에 사저 방문객 기록을 비롯한 모든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다뤘던 기밀문건이 워싱턴DC 사무실에 이어 델라웨어 윌밍턴 사저에서도 추가로 발견되면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겨냥한 공화당의 비판 공세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저에서 확인된 자료는 일부 일급 기밀이 포함됐고, 우크라이나, 이란, 영국 등에 대한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이 이끄는 하원 사법위원회는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관리와 관련한 공식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하원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공화당 하원의원 등은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법무부 수사에 대한 감독권 행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조던 위원장은 전날 폭스뉴스에 법무부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문제를 다르게 취급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의 댄 크렌쇼 하원의원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집 차고에 추가로 기밀문서를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급습이나 집 수색 등은 없다"면서 "최고위급에서의 위선이며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면적 수준의 의회 조사로 보완돼야 한다"면서 의회 차원의 조사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는 모두 연방수사국(FBI)이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들이다. 문건 유출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해왔음을 고려할 때 일종의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측이 작년 11월 중간선거 직전 기밀문서를 처음 발견하고도 최근 언론 보도가 나오기까지 이를 은폐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사저 등에서 발견된 기밀문서 관련 사진이 공개되지 않는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날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제임스 코머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윌밍턴 사저 출입자 기록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코머 위원장은 "기밀문건이 최소 6년 간 대통령 집에 부적절하게 보관돼 누가 이를 검토했거나 접근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기밀문서가 추가로 발견된 바이든 대통령의 윌밍턴 사저를 "범죄 현장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백악관 법무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십 년에 걸친 현대 역사의 모든 대통령처럼 그의 사저는 개인의 것"이라며 기밀 문건이 발견된 윌밍턴 사저는 방문객 일지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무팀은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이전 행정부가 종료한 백악관의 방문객 기록을 유지하는 규정과 전통을 복원했다"면서도 대통령 사저의 경우 이러한 방침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주당은 문건 유출 사태와 관련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미 수사가 시작된 만큼 이를 주시하자며 추가 확산을 막으려는 모습이다. 갈런드 장관은 지난 12일 법무부 수석차관보와 메릴랜드주 연방 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전직 검사인 한국계 로버트 허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전격 임명해 수사를 맡긴 상태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서 공화당의 입법 공세엔 법률 거부권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 공화당이 내놓은 첫 법안이 평범한 중산층 납세자를 희생해 가며 부자와 대기업의 탈세를 돕는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했다"면서 "만약 이들 법안 중 하나라도 내 책상에 (법안 서명을 위해) 올라온다면 나는 비토(거부권 행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언급된 법안은 지난 9일 다수당인 공화당 전원 찬성으로 하원을 통과한 국세청(IRS) 예산 삭감 법안,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방출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 등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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