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 D-1’ 손태승 침묵, 존재감 커진 이원덕·박화재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추천을 위한 후보군 선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회장 1순위인 손태승 회장이 라임사태 징계로 발목이 묶인 상황에서 다양한 내외부 후보들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외부인사에 대한 우리금융 노조 및 과점주주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18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주요 계열사 대표를 포함해 2곳의 헤드헌팅 회사에서 추천받은 외부 인사를 대상으로 10여명의 후보군(롱리스트)을 추려낼 예정이다. 이후 임추위는 오는 27일 후보군을 다시 한번 압축한 숏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후보군 자리를 예약한 인물은 손태승 현 회장이다. 앞서 우리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손 회장이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일 경우 롱리스트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의 현직 프리미엄을 인정해 연임에 도전할 경우 후보군에 포함하겠다는 의미다.
차기 회장 1순위인 손 회장의 걸림돌은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위원회의 ‘문책 경고’ 중징계를 받았다는 점이다. 문책 경고를 받을 경우 3년간 금융사 임원으로의 선임이 제한된다. 따라서 손 회장은 당국의 징계 불복소송과 함께 징계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일 경우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각종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손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길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손 회장과 관련해 “중징계는 정부의 뜻이다”, “책임이 있다고 명확히 판단한다”, “소송 논의는 부적절하다”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손 회장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며 자리에서 물러나길 종용하고 있다.
이사회 일각에서도 사모펀드 사태와 최근 우리은행의 갑질 사태 등 계속되는 사건사고에 손 회장의 연임을 두고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그동안 거취와 관련해 침묵한 손 회장이 18일을 전후해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부인사 반대하는 과점주주·노조
손 회장이 우리은행의 각종 사고에 연임 명분을 잃어가는 사이 그를 대신할 다양한 내외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거론되고 있다. 내부 인사와 함께 거론되는 외부인사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등이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노조는 물론 과점주주들 사이에서는 관치 우려와 함께 외부인사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최근 “금융당국이 라임펀드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며 임직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방적 주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펀드 사태 제재를 통한 관치인사로의 경질 시도에 경고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는 오랜 폐습을 끊고 시장자유주의 및 공정한 법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지키고, 민간주도의 자율경영을 보장하는 이사회 중심의 우리금융그룹 수장 선임 프로세스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점주주들 사이에서도 관치에 대한 우려가 높다. 과점주주사 한 대표는 쿠키뉴스와 만나 “우리은행이 그동안 정부의 통제를 받으면서 내부적으로 경쟁 DNA가 여타 금융그룹에 비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최근 우리은행 갑질 사태도 그러한 문제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점주주 체계가 갖추어지고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이러한 상황에 친정부 인사가 회장으로 올 경우 그동안의 노력이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덕·박화재·남기명 부상
손 회장의 제재 리스크와 외부 인사에 대한 우려는 내부출신 인사들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현직 우리은행장인 이원덕 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남기명 전 우리은행 국내 영업 총괄 부문장 등이 차기 회장 후보로 비중있게 거론된다.
이원덕 행장은 손 회장이 용퇴를 결정할 경우 차기 회장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다. 이 행장은 지난 2017년 지주사 출범 당시 준비부터 통합까지 출범 작업을 총괄하면서 그룹 내 대표적 ‘전략기획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주사 설립 초기에는 은행 재건과 비은행 강화 기틀을 다지는 역할로 주목받았다. 손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에서 손 회장의 후계자로 평가받는다.
박화재 사장은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장과 서초영업본부장, 여신그룹 담당 부행장 등을 거친 그룹 내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그는 지점장으로 근무할 당시 KPI(핵심성과지표) 전국 대상을 받아 영업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지주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그룹 업무를 일임받아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우리종금 등 계열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성과를 보였다. 박 사장은 상업은행 출신이지만 손 회장과는 동향이다.
남기명 전 부문장은 우리은행 외환사업단장 상무,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개인고객본부 집행부행장, 국내그룹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이밖에 장안호·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도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한편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 회장의 징계 불복소송과는 별개로 우리은행 기관제재를 놓고 취소 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라임펀드 사태 불완전판매로 우리은행에 사모펀드 신규판매를 3개월간 정지시켰다. 또한 설명서 교부의무 위반 및 투자광고 규정 위반 등에 대한 과태료 총 76억6000만원을 부고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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