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소재, 그럼에도 볼 만한 ‘교섭’ [설 연휴 골라볼까]

김예슬 2023. 1. 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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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진 길, 스산한 도로를 버스 한 대가 위태롭게 지나간다.

  그럼에도 '교섭'은 권할 만한 작품이다.

'교섭'은 샘물교회 사건을 단순한 유희거리나 수단으로만 소구 하지 않는다.

설 연휴에 여러 세대가 모여 함께 이야기할 만한 화두를 제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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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교섭’ 포스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굽이진 길, 스산한 도로를 버스 한 대가 위태롭게 지나간다. 그러다 무장 강도가 버스를 습격하고, 승객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소식을 접한 대한민국 외교부는 당황한다. 여행금지국가에 어떻게 들어갔냐는 말도 잠시, 피랍자 명단을 보던 외교부 실장 정재호(황정민)는 중얼댄다. “이 사람들 전부 같은 교회 사람들이잖아?” 이 대목에서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은 관객을 일순 2007년으로 데려간다.
 
‘교섭’은 껄끄러운 소재를 회피하지 않는 영화다. 2001년 알 카에다의 미국 9·11 테러 사건부터 당시 탈레반의 세계 테러를 보여주고, 곧장 2007년 샘물교회 선교단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소환한다. 그러면서 피랍된 우리 국민을 구하기 위해 악전고투를 펼친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전면에서 다룬다. 외교부 실장 정재호와 중동·중앙아시아 전문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이 인질들의 무사송환을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조명한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부터 이슬람 부족 등 여러 곳과 긴밀히 접촉하며 탈레반과 교섭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비춘다. 
 
인질을 두고 협상을 벌이는 만큼 긴박감이 생생히 살아있다. 24시간 단위로 요구 조건이 바뀌고,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탈레반의 우발적인 행태를 거듭 보여주며 스릴감을 강화한다. 주로 인간미 짙은 작품을 선보인 임순례 감독은 이번엔 과감한 액션을 보여준다. 물밑작전을 펼치며 두뇌 플레이를 벌이는 교섭관들의 고군분투는 긴장감을 더한다. 반목하던 정재호와 박대식이 인질을 구해내겠다는 공통 목표로 힘을 합치는 과정은 한 편의 버디 무비를 연상시킨다. 관점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재미도 풍성해진다.

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에너지는 역시나 좋다. 황정민은 이성적이면서도 폭발하는 에너지를 보여주고, 현빈은 첩보 액션을 방불케 하는 고난도 액션을 박진감 있게 소화한다. 두 배우의 앙상블이 영화를 이끌어 간다. 카심 역을 맡은 강기영은 적은 분량으로도 윤활유 역할을 해낸다. 협상에 실패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는 ‘교섭’에서 힘이 빠지면 카심이 등장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감초로 활약한다.
 
가장 큰 장벽은 소재다. ‘교섭’은 샘물교인 피랍사건에 기반을 두고 영화적 상상력을 덧댄 작품이다. 영화는 피랍된 이들이 아닌, 그들을 구해내려 노력한 사람들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들의 노고가 부각될수록 마음속에서 불편함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긴박한 화면에 빨려들다가도 그들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물음표가 떠오른다. 인질들이 읍소하는 모습을 냉담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인물들이 고생할수록 묘한 거리감이 생긴다. 어두운 소재를 극복하는 것이 영화와 관객 모두의 숙제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교섭’은 권할 만한 작품이다. 이면에 숨은 노력을 다루는 시도는 의미 있는 일이다. ‘교섭’은 샘물교회 사건을 단순한 유희거리나 수단으로만 소구 하지 않는다. 교인들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지도 않다. 임순례 감독 특유의 단단하고 담백한 연출 감각은 소재에서 발생한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한다. 숨 죽여 볼 전개와 화려한 액션, 웃음 요소 등 다양한 볼거리를 배치한 점 역시 장점이다. 설 연휴에 여러 세대가 모여 함께 이야기할 만한 화두를 제시하는 영화다. 오는 18일 개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08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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