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내재역량' 강화하는 걷기, 노년 건강에 매우 중요"

이관주 2023. 1. 17.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약간의 불편함이 오랜 편안함으로
"더하기 아닌 '덜어내기'로"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내재역량’을 관리해야 합니다. 내재역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생물학적 노화가 앞당겨지는 가속노화 사이클이 유발됩니다. 일상생활에서의 걷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노화는 당연한 과정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어간다. 하지만 그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제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내재역량’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하게 나이를 들기 위해 삶의 요소를 다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2017년 내재역량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내재역량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기능 요소 모두를 종합적으로 점수화한 개념이다. 질병의 유무, 혈압, 운동시간 등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건강 지표뿐 아니라 적절한 휴식, 마음챙김, 인생 목표, 자기효능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를 모두 고려한 개념이다. 정 교수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 내재역량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약간씩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오래도록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내재역량은 높은 편이라고 보기 어렵다. 객관적 지표들이 이를 증명한다. 65세 이상 인구의 약 73%는 두 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으며 평균 4.1종의 약을 먹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전 세계 기대 수명이 줄었고, 국내 통계를 보면 신체질량지수나 문제 음주를 비롯한 젊은 성인 건강지표가 지난 몇 년 동안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가속노화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30·40대의 나이에 비해 몸과 마음이 부쩍 나이 든 모습을 보이는 환자들이 찾아오기도 한다"며 "만성질환은 유전적 요인도 작용하겠지만, 대개 평생 축적된 노화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만성질환이나 통증의 패턴을 만들고, 건강수명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내재역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곧 생물학적 노화가 앞당겨진다. 생물학적 노화가 앞당겨지면 내재역량 관리는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이러한 악순환의 사이클은 원인 하나를 해결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2차, 3차적으로 계속 영향을 미친다. 정 교수가 최근 를 출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이 가속노화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고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서를 만들기 위해서다. 정 교수는 "악순환의 원리를 이해하고 노력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약화시켜야 한다"며 "그 시작이 내재역량 경영"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노화를 지연시키는 방법이 있을까. 내재역량 강화와 함께 정 교수는 ‘더하기가 아닌 덜어내기’를 강조한다. 그는 "스트레스도 덜어내야 할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 복용했던 건강식품, 편의를 위해 사용했던 보조적인 기구들도 덜어내는 것이 내 몸에는 득이 될 수 있다"면서 "단기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바꾸면 소비를 부추기는 자극에도 무뎌지고, 더 넓은 안목으로 내재역량을 키우다 보면 스스로를 굳건히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걷기는 내재역량을 강화하는 간편하고도 기본적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정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걷기는 노년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내재역량을 노화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노년기에 들어서기 전부터 걷기를 생활화해 미리부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따로 시간을 내 걷는 것도 필요하지만 평소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움직임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교수는 "‘하루만보 하루천자’운동을 통해 많은 독자가 기사를 읽으며 만보라는 숫자에 겁먹지 말고 차근차근 걷기를 생활화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를 취득했다. 그는 의과대학 시절, 호른을 연습하다 근육 유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근감소증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이후 내과 실습을 돌며 노인의학에 관심을 가졌고 내과 전공의 시절에는 노쇠에 대해 연구하다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에 들어가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노화(aging)는 생물학적 과정이고 생명체의 구조와 기능이 시간에 따라 변화되는 속도를 말한다. 노화 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이 노화 과정이 누적된 정도가 사람에게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노쇠(frailty)다. 노쇠의 주요 증상은 체중 감소, 근력 약화, 정서적 고갈, 보행 속도 저하, 신체활동 저하 등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