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소각장엔 없는 소통의 정치

남혁상 2023. 1. 17. 04:0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생활쓰레기를 소각해 그 열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인근 주거단지에 난방·전력을 공급하는 게 자원회수시설이다.

서울시 생활쓰레기 상당량은 강남구 일원동, 노원구 상계동, 양천구 목동, 마포구 상암동 4곳의 자원회수시설에서 소각된다.

단순히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장과는 개념부터 다르다고 해도 자원회수시설이 인근 주민들에게 환영받는 시설은 아니다.

서울시 하루 생활쓰레기 발생량 3200t 중 2200t이 4개 자원회수시설에서 소각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혁상 사회2부장


생활쓰레기를 소각해 그 열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인근 주거단지에 난방·전력을 공급하는 게 자원회수시설이다. 폐기물을 1100도로 연소시키고 고압증기로 난방을 하는 식이다. 전기집진장치, 습식세정장치, 반건식반응탑, 촉매탑 등 여러 첨단설비를 거쳐 대기오염물질은 법정기준보다 훨씬 낮은 농도로 배출된다.

서울시 생활쓰레기 상당량은 강남구 일원동, 노원구 상계동, 양천구 목동, 마포구 상암동 4곳의 자원회수시설에서 소각된다. 하루 750t 처리용량의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종로구,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생활쓰레기를 담당한다. 단순히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장과는 개념부터 다르다고 해도 자원회수시설이 인근 주민들에게 환영받는 시설은 아니다. 몇 달 전부터는 기존 마포자원회수시설에 새 시설을 추가 건립하는 안을 놓고 서울시와 자치구, 주민 간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쓰레기는 많은데 서울시 처리용량은 크게 부족하다. 서울시 하루 생활쓰레기 발생량 3200t 중 2200t이 4개 자원회수시설에서 소각된다. 나머지 1000t은 인천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되지만, 2026년 1월부터는 생활쓰레기의 수도권매립지 직매립이 금지된다. 쓰레기 대란을 막으려면 서울시로선 추가 자원회수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시는 시내 전역 6만여곳을 조사한 뒤 36곳을 추렸다. 이후 다시 5곳으로 압축한 다음 지난해 8월 상암동 부지를 새로운 자원회수시설 최종 후보지로 결정했다. 시유지에다 300m 이내 영향권역에 주거 세대가 없고, 부지가 이미 폐기물처리시설로 지정된 점 등이 선정 이유로 꼽혔다. 시는 2026년까지 기존 시설 옆에 새 시설을 지어 2027년 가동할 예정이다. 기존 시설은 2035년 철거하는데, 2027∼2035년 9년 동안은 2개 시설을 동시에 가동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마포구와 인근 주민들은 자원회수시설이 있는데 시설이 추가로 들어오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1970년대 난지도를 시작으로 수십년간 서울시 쓰레기를 처리해 왔는데, 또 추가로 짓겠다니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새 시설에 세계 최고 수준의 오염방지설비를 도입하고 배출가스 기준 역시 강화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근 주민을 위해 1000억원을 투입해 공원 등 편의시설을 조성하고, 연간 약 100억원 기금을 조성하는 당근도 제시했다.

그럼에도 상황 변화는 없다. 강대강 대치만이 있을 뿐이다. 두 달 전 설명회엔 욕설과 고성, 몸싸움이 뒤엉켰고 지난달 설명회는 30분 만에 종료됐다. 서울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부지를 선정했고 또 최적의 부지이기 때문에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많고 많은 지역 중에 왜 또 상암동이냐”를 외치고 있다. 서울시는 조만간 부지 결정 고시를 할 것이고, 주민들은 법적 대응에 나설 태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무언가 빠졌다. 주민들과의 갈등 조율 및 소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8월 새 자원회수시설 주변을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10월엔 상암동 시설을 비공개로 찾아 주민 피해를 줄일 방안을 마련하라고 시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지난해 4선 임기를 시작한 오 시장은 신속통합기획 등 굵직한 도시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부분 시민들이 좋아할 사업이다. 하지만 자원회수시설 문제는 다르다. 첨예한 갈등이 표출됐고 문제 해결엔 고도의 정치력이 필수적이다. 오 시장은 주민들을 직접 만나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여야 한다. 체계적인 시스템식 시정(市政)도 좋지만 이해당사자를 마음으로 움직이는 소통의 정치는 또 다른 차원이다.

남혁상 사회2부장 hs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