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이 '취토' 권한 이유...0.02% 삼성전자 사장의 조건 [삼성연구]
‘별 중의 별’ 해부
2020년 10월 28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발인이 엄수된 경기도 수원의 선영. ‘대통령의 염장이’로 유명한 장례지도사 유재철씨는 관 위에 흙을 덮는 취토(取土) 의식을 진행하다 깜짝 놀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전·현직 사장단도 취토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서다. 이 회장은 “어쩌면 가족보다 회장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분들이다. 작별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다. 이 회장 제안에 비서진은 물론 유씨도 당황했다.
“가족보다 사장단과 더 많은 시간 보내”
삼성그룹에서 ‘사장단’이 가진 의미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평소 대중 앞에 나서는 건 고사하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집무실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업에 일일이 간섭하기보다, 전문경영인을 가려 뽑아 전권을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이 선대회장과 함께했던 전직 삼성 사장 A씨는 “당장의 경영 현안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걸 물을 때가 많았다”며 “사장단이 소신 있게 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당신은 미래를 내다보는 데 집중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삼성은 총수와 전문경영인이 역할을 분담하면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누가 삼성의 사장이 되는 걸까. 올 1월 기준으로 24명의 사장이 삼성전자를 이끈다. 이재용 회장과 김기남 회장, 한종희·정현호 부회장을 포함한 숫자다. 삼성전자 소속이지만 사실상 그룹의 의료사업을 총괄하는 의료사업 일류화추진단장(사장)은 제외했다. 지난해 말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7명이 새로 합류하고 2명이 보직을 바꿨다. 5명은 고문으로 위촉돼 사실상 은퇴했다. 지난 10년간 25명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임직원 수가 11만7904명. 산술적으로 사장이 될 확률은 0.02%다. 삼성전자 사장이 ‘별 중의 별’로 불리는 이유다.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은 지난해 말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 첫 여성 사장에 올랐다. 현재 사장단 최연소자는 노태문(54)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겸 디자인경영센터장이다. 갤럭시S 시리즈 개발 주역인 그는 만 39세에 상무로, 만 44세에 부사장으로, 이어 만 50세에 사장으로 선임돼 ‘최연소’ 타이틀을 모두 거머쥐었다. 최연장자는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불리는 김기남(64) 종합기술원 회장이다. 사장단 평균 나이는 만 57.9세, 회장과 부회장을 제외한 사장들 평균 나이는 57.5세다. 만 60세를 넘긴 경영진은 7명이다.
출신대학은 서울대 12명, 연세대 6명
외부 영입이 아니라, 삼성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신입사원 출신 사장의 평균 재직 기간은 32.5년이다. 이들이 입사해 사장에 오르기까지 평균 28.8년 걸렸다. 마케팅·재무·법무 등 일부 조직 사장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업부 수장이 공학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입사했거나, 입사 뒤에 학위 과정을 밟은 ‘기술 인재’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각자 소속된 사업부에서 ‘세계 최초’ ‘업계 최고’로 불리는 등 기술 개발을 주도한 이력이 있다. 사장이 수십 개의 기술 특허를 보유한 경우도 흔하다.
출신 대학(학부)은 서울대가 12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연세대가 6명이다. 부산대·인하대·한국과학기술원(KAIST)·한양대, 미국 퍼듀대·하버드대 출신이 1명씩이다. 전공은 전자공학이 12명으로 절반이다. 전자공학·재료공학·제어계측공학 등 이공계가 16명으로 전체의 3분의 2다. 특히 이들 16명 중 15명이 관련 석·박사 학위를 보유했다. 『삼성웨이』의 저자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기술 리더십 확보와 성과주의가 맞물려 이공계 출신 박사급 중에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사장단에 포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징 중 하나가 ‘경영 임원’과 ‘기술 임원’을 명확하게 구분해 경쟁시킨다는 사실이다.
이동현·최은경·이희권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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