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관계 ‘정상화 모멘텀’ 이번엔 꼭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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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해법 마련과 피해자 설득 최선 다하고
북핵 대응 등 한·미·일 안보 협력 최우선돼야
한·일 관계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정부 차원의 노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일본 측에 대화의 손을 내밀면서 문재인 정부 5년간 줄곧 냉담했던 일본 측도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징용 문제 해법에 속도를 내면서 양국 관계를 다시 정상화할 모멘텀으로 살려 나가야 한다. 어제 한·일 양국은 도쿄에서 국장급이 만나 징용 문제 해법을 협의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지난 12일 공개 토론회에서 제시된 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에게 설명했다. 잠정적인 한국 측 해법의 핵심은 2018년 대법원에서 징용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 일본 전범 기업들을 대신해 배상금을 먼저 지급하는 것이다. 이른바 ‘제3자 대위변제(代位辨濟)’다. 한국 정부는 이를 토대로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한국 정부가 다음 달 하순 전에 최종 해법을 확정해 발표하면 일본 정부는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모금 등 전향적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한국에 가한 수출 규제를 해제하고,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 다시 편입하며, 양국 셔틀 외교도 복원하기로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일의 호의적 분위기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최근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주변에 “윤석열 대통령과는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윤 대통령이 다음 달 일본을 전격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서울 외교가에서 나왔고, 기시다 총리가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징용 문제 해결의 긍정적 신호들이다.
사실 징용 문제는 이제 단순히 한·일 양자 이슈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기시다 총리는 징용 배상 문제 등 한·일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거듭 표명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징용 문제 해결을 촉구했을 것으로 외교가에서 추정하는 배경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줄곧 강조해 왔다.
물론 징용 문제 해결이 시급하더라도 졸속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여전히 이견이 있는 일부 피해자에게 정부는 끝까지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막판까지 일본이 최대한 성의를 표시하고 재차 사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반면에 북핵 위협 대응 공조 등 대승적 입장에서 양국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대한 공감할 해법을 찾아내 이번 봄에는 한·일 관계의 꽃을 다시 피워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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