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슈퍼리치, 팬데믹 2년간 전 세계 부 63% ‘꿀꺽’

서지영 2023. 1. 1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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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다보스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를 하루 앞두고 시위대가 "부자에게 세금을"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쓴 지난 2년간 새로 창출된 부(富)의 63%를 상위 1% 슈퍼리치가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례 총회 개막에 맞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슈퍼리치의 생존(Survival of the Richest)’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지난 40년간의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 물결은 모든 배가 아니라 초호화 요트만 들어 올렸다”며 “슈퍼리치와 대기업에 대한 세금 부과가 현재의 이중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이며, 지금은 부유층 세금감면이 낙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신화를 깨뜨릴 때”라고 말했다.

옥스팜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에도 지난 2년간 전 세계에서 42조달러(약 5경2000조원)의 새로운 부가 창출됐고 이 중 63%에 해당하는 26조달러(약 3경2000조원)가 세계 상위 1% 슈퍼리치에게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간 하위 90%가 새로 창출된 부에서 1달러를 벌기 위해 힘쓰는 시간에 상위 1%의 재산은 약 170만달러씩 늘었다. 지난 10년간 세계 억만장자 수와 이들이 지닌 재산은 배로 증가했다고 옥스팜은 지적했다.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알핀 리조트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앞두고 기후활동가들이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지난해 식품·에너지 산업의 수익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급증했다. 95개 에너지·식품 회사의 이익은 지난해 2배 이상 늘었고, 이들 기업은 추가 이익인 3060억달러의 84%(2570억달러)를 부자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월마트의 절반을 소유한 월턴 가문(Walton Family)은 지난해 85억달러(약 10조5500억원)를 벌어들였고, 인도의 에너지기업 소유주 가우탐 아다니의 재산은 작년에만 420억달러(약 52조1000억원)가 증가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기업들의 과도한 이익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급증하는 동안 최소 17억명의 세계 노동자들은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국가에 살고 있다. 세계 인구 10명 중 한 명 수준인 8억2000만명 이상은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옥스팜은 “많은 국가에서 부유층에 대한 감세는 불평등을 부채질했다”며 “기업과 억만장자가 공공자금과 폭리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세금 인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2014~2018년 적용된 ‘실질 세율’이 3%에 불과했지만, 한 달 소득이 80달러인 우간다의 밀가루 상인 에버 크리스틴이 부담한 세율은 40%에 달한다고 옥스팜은 설명했다.

또한 세금 1달러당 부유세 비중은 4센트에 불과하고 억만장자의 절반은 직계후손에 대한 상속세가 없는 나라에 살고 있으므로, 아프리카 전체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5조달러(약 6180조원)의 재산이 세금 없이 다음 세대로 이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를 하루 앞두고 시위대가 '기후 정의'를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옥스팜은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세금이 과거에는 훨씬 높았으나 40년간 세계 각국이 부자 소득세 감세를 추진하고 대신 상품·서비스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 가난한 사람들의 부담을 늘리면서 불평등이 크게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백만장자에게 2%, 5천만달러 이상 자산가에게는 3%, 억만장자에게 5%의 부유세를 부과하면 매년 1조7000억달러(약 2111조원)를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가 세수는 20억명의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고 기아 종식을 위한 글로벌 계획 재원 조성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옥스팜은 불평등 해소를 위해 팬데믹 위기로 얻은 막대한 이익에 대한 일회성 부유세·횡재세 도입과 상위 1% 부유층의 자본소득에 60% 소득세 적용, 상위 1% 부유세를 통한 슈퍼리치 수와 재산 축소 등을 각국 정부에 요구했다.

부커 총재는 “최상위 부유층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평등을 줄이고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전략적 전제조건”이라며 “혁신을 위해, 더 강력한 공공서비스를 위해,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이를 실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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