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만 카페 4개…“1잔 1300원” 코피 터지는 커피 경쟁
카페 10만개, 치킨집 추월
커피숍 4~5개가 나란히 자리한 이런 ‘커피 지옥’은 요즘 곳곳에서 흔한 풍경이 됐다.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같은 대형 브랜드와 메가커피·빽다방·이디야 등 중저가 프랜차이즈가 골목마다 서너 개가 자리하고, 그 사이엔 개인 카페가 가세하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커피·음료점업 점포 수는 9만9000여 개로 역대 최다였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카페 증가율은 2020~2021년에 걸쳐 20%안팎까지 치솟았다. 2021년 말 ‘창업 대명사’로 통하던 치킨집(8만1000개)을 뛰어넘었다.
카페 창업이 늘어난 배경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커피 대중화와 소자본 창업 증가를 꼽는다. 누구나 하루 한 잔 이상 마시는 카페 문화에 익숙한 데다, 창업에 필요한 환경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부동산 비용을 제외하면 적게는 5000만~7000만원으로 ‘내 가게’를 차릴 수 있다. 한마디로 ‘진입 장벽’이 낮다.
커피숍 컨설팅을 하는 프롱 커피디자인은 월평균 10개팀을 대상으로 창업 교육을 한다. 이 회사 최선욱 실장은 “젊은 세대는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경우도 많고, 자본이 비교적 적게 들어 ‘나도 할 수 있겠다’며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최근에는 ‘900원 아메리카노’ 프랜차이즈도 생겨났다. 편의점 커피 가격보다 싼 수준이다. 이 여파로 폐업은 꼬리를 물고 있다.
경기도 김포에서 ‘카페마’를 운영했던 진상헌(40)씨는 지난해 4월 창업 후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오픈한 지 한 달 뒤 맞은 편에 M프랜차이즈 점포가 생기면서부터 고전했다. 2500원에 파는 아메리카노를 오전 8~10시 1500원으로 낮췄다. 그러자 곧이어 또 다른 커피숍이 맞은편에 들어서자 폐업을 결정했다.
진씨는 “하루 10만원 매출도 힘들었다”며 “이러면서 월평균 150만원 이상 적자가 쌓였다”고 푸념했다. 그는 하루 12시간 일했으나 불과 6개월 새 인건비는커녕 창업비용 7000만원을 허공에 날렸다. 카페 280여 곳과 거래한다는 원두 유통회사 브로든커피의 현혁 대표는 “요즘은 한 집 생기면 두 집이 망할 정도로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며 준비 없이 뛰어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폐업한 카페는 2187곳이었다. 하루 6개꼴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4일치 매출로 임차료를 감당할 수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본다. 월세가 100만원이라면 하루 30만원 이상의 매출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한 잔에 1500원인 아메리카노만 판다고 가정하면 하루 200잔을 팔아야 가능하다. 서울 선정릉역 인근에서 10년째 커피숍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최근 크림 1팩(1L)이 6000원에서 9000원으로, 우유 1팩(1L)은 1800원대에서 2000원으로 올라 커피숍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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