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직격탄…상장사 3곳 중 1곳, 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

염지현 2023. 1. 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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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지난해 국내 상장사 중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기업 비율이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금융 비용(이자 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 3곳 중 1곳은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했다는 얘기다. 고금리 환경에 경기침체 먹구름이 다가오면서 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64개 국내 상장사(코스피·코스닥)의 지난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곳은 581개(영업적자 포함)로 전체의 34.9%를 차지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3분기(39.9%)보다 줄었지만, 1년 전(33.9%)과 비교하면 1%포인트 증가했다.

문제는 매출 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뿐 아니라 일부 대기업도 고금리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가총액 2조원 넘는 기업(시총 순위 100위권 안팎) 중 LG디스플레이와 롯데케미칼, 넷마블, 이마트 등이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그동안 ‘현금 부자’로 손꼽혔던 롯데케미칼이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3626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낸 영향이다. 1조5000억원을 벌어들여 이자보상배율이 22.79배였던 1년 전과 사뭇 다르다. 지난해 10월 2조7000억원에 배터리 소재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품은 것도 현금 유동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도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을 피하지 못한 한진칼과 롯데쇼핑, 현대중공업 등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여행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은 0.18에 불과하다.

최근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이 떨어진 건 경기 둔화로 인해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인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1664곳의 이자비용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9조6616억원으로 1년 전(15조3178억원)보다 28.4%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150조2348억원)은 같은 기간 0.84% 느는 데 그쳤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자 비용을 부풀린 건 가파르게 뛴 대출 금리다. 기업은 신용을 담보로 채권(회사채)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AA- 등급의 회사채 금리는 16일 기준 연 4.661%로 지난해 초(연 2.460%)보다 1년 만에 2.2%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 대출금리도 만만찮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연 3%대를 유지했던 기업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1월 5.67%로 뛰었다.

올해 경기침체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기업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증권사들은 주요 상장사 291곳(에프앤가이드 자료)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206억4316억원)가 지난해보다 0.3% 줄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이 올해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더 늘 것으로 경고하는 이유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하더라도 경기 침체에 따른 영업적자로 한계기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올해 과거 세계 금융위기 수준의 급격한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며 “특히 실탄(현금)이 부족한 기업 중심으로 부실기업이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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