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직격탄…상장사 3곳 중 1곳, 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
34.9%. 지난해 국내 상장사 중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기업 비율이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금융 비용(이자 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 3곳 중 1곳은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했다는 얘기다. 고금리 환경에 경기침체 먹구름이 다가오면서 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64개 국내 상장사(코스피·코스닥)의 지난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곳은 581개(영업적자 포함)로 전체의 34.9%를 차지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3분기(39.9%)보다 줄었지만, 1년 전(33.9%)과 비교하면 1%포인트 증가했다.
문제는 매출 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뿐 아니라 일부 대기업도 고금리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가총액 2조원 넘는 기업(시총 순위 100위권 안팎) 중 LG디스플레이와 롯데케미칼, 넷마블, 이마트 등이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다.
특히 그동안 ‘현금 부자’로 손꼽혔던 롯데케미칼이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3626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낸 영향이다. 1조5000억원을 벌어들여 이자보상배율이 22.79배였던 1년 전과 사뭇 다르다. 지난해 10월 2조7000억원에 배터리 소재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품은 것도 현금 유동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도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을 피하지 못한 한진칼과 롯데쇼핑, 현대중공업 등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여행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은 0.18에 불과하다.
최근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이 떨어진 건 경기 둔화로 인해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인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1664곳의 이자비용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9조6616억원으로 1년 전(15조3178억원)보다 28.4%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150조2348억원)은 같은 기간 0.84% 느는 데 그쳤다.
이자 비용을 부풀린 건 가파르게 뛴 대출 금리다. 기업은 신용을 담보로 채권(회사채)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AA- 등급의 회사채 금리는 16일 기준 연 4.661%로 지난해 초(연 2.460%)보다 1년 만에 2.2%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 대출금리도 만만찮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연 3%대를 유지했던 기업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1월 5.67%로 뛰었다.
올해 경기침체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기업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증권사들은 주요 상장사 291곳(에프앤가이드 자료)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206억4316억원)가 지난해보다 0.3% 줄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이 올해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더 늘 것으로 경고하는 이유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하더라도 경기 침체에 따른 영업적자로 한계기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올해 과거 세계 금융위기 수준의 급격한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며 “특히 실탄(현금)이 부족한 기업 중심으로 부실기업이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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