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북적이는 청도소싸움…동물학대 논란도 재점화
지난 14일 오후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소싸움경기장. 원형 모래판 위에 육중한 몸집의 싸움소 두 마리가 주인 손에 이끌려 걸어 들어왔다. 두 싸움소는 흥분한 듯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면서 간간이 긴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날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각각 어깨에 붉은색과 푸른색 표시를 한 두 싸움소는 체중 699㎏의 ‘수황’과 695㎏ ‘강진’이었다. 수황과 강진이 마주 서는 순간 주심이 경기 시작을 알렸고 곧장 두 싸움소는 뿔을 맞부딪히며 싸움을 시작했다. 관객석에서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저마다 응원하는 소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렇게 뿔을 맞댄 채로 힘겨루기를 1분 58초. 붉은색 표시를 한 수황이 먼저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고, 강진은 뒤를 쫓으며 크게 포효했다.
이날은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올해 두 번째 소싸움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지난 7일부터 매주 토·일 낮 12시 20분부터 하루 12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따르면 올해 총 1248경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체중별로 갑·을·병으로 나눠진 소들이 뿔을 맞부딪치며 싸우다 한 싸움소가 뒤로 밀리거나 뒤돌아 달아나면 패배하는 방식으로 싸움이 이뤄진다. 1t에 육박하는 거대한 싸움소가 힘겨루기하는 모습이 박진감 넘친다.
김명헌(45·대구 수성구)씨는 “무료로 소싸움도 볼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여행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소싸움은 경마처럼 합법적인 베팅도 할 수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도박과 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지만, 소싸움은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속경기에 포함돼 규제 대상이 아니다. 1인당 100원에서 최고 10만원까지 걸 수 있다. 청도군을 비롯한 전국 11개 지자체에서 소싸움을 열고 있다.
소싸움은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한몫한다. 지난해 청도에서는 총 1254차례 소싸움 경기를 통해 매출 296억원을 거뒀다. 주말 하루 평균 1650명이 방문해 청도소싸움을 관람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문객이 소싸움을 관람한 뒤 인근에 있는 식당이나 관광지를 둘러보면서 소싸움경기장 주변은 주말엔 특수를 누린다.
하지만 소싸움을 둘러싼 동물학대 논란도 여전하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자연 상태에서는 싸우지 않는 순한 동물에게 억지로 싸움을 시키는 것 자체가 학대”라고 한다.
특히 최근 4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열지 않았던 것을 다시 열기 위해 소싸움 대회 사업비 예산 2억8500만원을 책정하면서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정읍녹색당은 지난달 15일 논평을 통해 “소싸움대회가 1996년부터 22회에 걸쳐 개최된 정읍시에서는 이제 소싸움에 대한 ‘동물학대냐 민속놀이냐’라는 갈등은 매년 되풀이되는 핵심 의제가 됐다”며 “이는 이제 소싸움 폐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주장했다.
반면 소싸움을 민속 고유문화로 계승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 관계자는 “스페인의 투우처럼 소를 죽이는 것과 달리 소싸움은 힘을 겨루고 달아나면 경기가 종료되므로 동물학대가 아니다”며 “민속놀이인 소싸움은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가치가 충분하고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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