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측 “반윤 아닌 멀윤” 김기현 “김장연대 철 지났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부위원장 전격 해임으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둘러싼 친윤(親尹)·비윤(非尹) 논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경원 전 의원 측이 진윤(眞尹)·멀윤(멀어진 윤석열의 사람들) 프레임으로 맞불을 놨다. 과열 양상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가 커지자 각 주자 간 공세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16일 라디오에서 친윤 실세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을 겨냥해 “대통령 신임을 받는다는 분이 전면에 나서 경선전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우리는 ‘진윤’과 ‘멀윤’이라고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을 진윤으로 규정한 것으로, 전날 장 의원이 나 전 의원을 ‘반윤(反尹)의 우두머리’로 칭한 데 대한 반격이다. ‘진윤’은 박근혜 정부 때 진박(眞朴)에 빗댄 말이다.
나 전 의원은 반윤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16일 페이스북에 아랍에미리트 투자 유치를 언급하며 “큰 성과를 이끌어낸 윤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오후엔 기자들과 만나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시에 같은 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사실을 알렸고 오후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났다. 17일엔 대구 동화사를 방문한다. 사실상 정치적 선언 후 취하는 동선이라, 출마 의지를 굳힌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철수 의원 측도 윤 대통령 띄우기와 친윤 견제에 가세했다. 안 의원은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호평하면서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적절한 (외교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안 의원 캠프 선대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나 전 의원을 ‘반윤 우두머리’라며 싸우는데, 김기현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장제원 의원이 앞장서서 싸우고 있다”며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는 따지고 보면 ‘김 의원을 찍으면 장 의원이 다 하는 거 아니냐’는 일설이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친윤 핵심 권성동 의원은 지난 5일 불출마 선언 이후 잠행에 들어갔다. 윤한홍 의원도 최근 조용하다. 이를 의식한 듯 장 의원은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내가 할 역할을 다 했다고 본다”며 한발 물러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친윤계의 지원을 받으며 세몰이에 나선 김기현 의원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김장연대라는 말은 이미 철 지난 것으로 안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당대회는 축제가 돼야 한다. 모든 후보를 다 안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장연대의 틀에서 벗어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언론 인터뷰에선 “누가 출마하든 ‘어대현(어차피 (당)대표는 김기현)”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 여부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호 당원으로서의 역할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에 대해선 “(저출산위 부위원장)해임으로 일단락된 상태다. 따로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내부적으론 해임과 관련한 나 전 의원의 반박에 불쾌해하는 기류도 상당하다.
김다영·박태인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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