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협 전 직원 "김성태가 준 3억, 위안화로 바꿔 北 인사에 전달"
대북송금 의혹을 받는 아태평화교류협회(이하 아태협)의 전 직원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준 후원금을 외화로 바꿔 북한 인사에게 전달했다고 16일 증언했다.
아태협 전 본부장 A씨는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59)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9년 1월 중국 선양에서 안 회장의 지시를 받고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송명철 부실장에게 돈을 전달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 3억원 상당을 환치기로 180만 위안화로 바꿔 전달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 “안 회장이 수표로 1억원 3장을 줬고, 달러도 14만5000불 정도 있었는데 당시엔 그 돈이 어떻게 마련됐는지 몰랐고, 나중에 김 전 회장에게 후원받은 돈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2018년 9월부터 제1회 아태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회의 개최를 위해 안부수(58) 아태협 회장과 함께 일했으며, 2019년 10월부터 약 9개월간은 아태협 직원으로 근무했다.
2018년 이전 남북경협 관련 경험이 전무한 아태협이 통일부로부터 대북지원사업자로 선정된 점, 선정된 지 보름 만에 경기도와 대북 묘목 및 밀가루 지원 위탁계약을 맺고 15억 원을 지원받은 점에 대해 A씨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 측 문제 제기에는 “일 자체가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안 회장은 아태협이 경기도 대북사업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 “이화영 전 부지사가 대화하자고 연락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태협 사무실이 입주했던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 관련 증언도 나왔다. 2019년 1월과 5월, 안 회장이 사외이사로 있던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가 북한의 희토류 등 광물 사업권을 약정받았고 이후 나노스 주식이 급등했다. A씨는 ‘쌍방울이 나노스 주가를 부양한다는 이야기, 작업한다는 이야기 들은 적 있냐’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안 회장이 '북에 돈을 전달하기 위해 쌍방울에선 많은 사람이 출장 갔는데 우린 둘이서 이만큼 해결했다'며 자랑하듯이 말해 쌍방울도 북에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에선 안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고 선거 운동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태협 전 직원 B씨는 ‘안 회장이 이 대표와 함께 식사를 한 이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안 회장이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단톡방을 만들었냐는 물음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최모란·손성배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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