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돌봄로봇·민관협력병원… ‘어르신 건강도시’로 뜨는 서귀포
市, 혼자 사는 노인가구에 로봇 지급
경로당엔 각종 스마트 건강기기
“다솜아, 오늘 날씨 알려줘.”
서귀포시 서홍동에 사는 현원택(67)씨는 매일 아침 인공지능로봇에게 날씨를 물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다솜이가 알려주는 날씨를 듣고 멀리 병원을 갈 지, 가까운 경로당을 갈 지 일과를 결정한다. 처음엔 기계와 말을 나눈다는 사실이 어색했지만 어느새 소중한 말동무가 됐다. 현씨는 다솜이에게 건강 정보를 묻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한다. 하루 세 번 식사 때를 알려주는 일도 다솜이 몫이다. 현씨는 “혼자 살다보니 적적하다”며 “기계지만 이름을 부르는 상대가 집안에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고 했다.
제주 서귀포시가 어르신을 위한 건강도시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노인 돌봄이 시 복지정책의 중심 자리를 꿰차게 된 것이다. 서귀포시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지난해 20%를 초과해 초고령사회에 돌입했다. 시민 19만2157명 중 3만8404명이 노인이며, 일부 동(洞)은 노인 인구가 30%를 넘어섰다.
시는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소득 기준에 따른 요양·돌봄을 제공하는 것만으론 초고령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00세 시대엔 고령친화적인 도시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어르신이 편안하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 여건을 갖추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는 현씨 같은 혼자 사는 노인가구에 인공지능로봇을 지급하고 있다. 돌봄 로봇은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들에게 복약 시간을 알려주고, 검색이 어려운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한다. 말로 전화할 수 있고, 재난상황 발생 시 음성으로 소식을 전달한다.
동작감지 기능이나 ‘도와줘’ ‘살려줘’ 등 단어 인식을 통해 비상상황에 대비하거나 고독사를 막는 역할도 한다. 2021년 1월에는 88세 노인이 이상 움직임을 감지한 로봇의 신고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시는 지난해까지 173가구에 돌봄 로봇을 설치했다. 올해는 폭을 크게 늘려 200가구에 지원한다.
노인을 위한 종합정보안내서도 첫 발간했다. 의료·돌봄 서비스는 물론, 일자리와 여가·문화·교육 정보를 망라했다. 큰 글씨체로 알기 쉽게 제작했다.
전국 최초로 추진 중인 민관협력의원은 이르면 올 3월 운영을 시작한다. 휴일에 관계없이 병원과 약국이 365일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서귀포시는 1차 산업 종사자 비율이 23%에 달한다. 저녁 시간대에도 자유롭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시는 고혈압·당뇨병 관리의료기관과 건강검진기관 지정을 의료진 공모 조건으로 내걸어 노인들의 편의를 확대한다. 2층에는 서귀포시 서부보건소 건강증진센터를 이전해 쾌적한 시설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지도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시는 지난해부터 어르신 전용 건강놀이터(놀팟)를 조성하고 있다. 모세혈관을 자극하고 뭉친 근육을 이완하는 스트레칭 기구가 주로 설치됐다. 지난해 3곳 조성했다. 올해는 운동지도사 12명을 배치해 기구 사용 방법을 알린다.
경로당은 각종 스마트 기기를 장착한 건강 전진기지로 변신 중이다. 시는 지난해 경로당 72곳에 얼굴 인식으로 출입 여부를 체크하고 혈압, 혈당, 심박수를 측정하는 사물인터넷 연계 건강관리장비를 설치했다. 가상현실 장비로 여행 프로그램과 치매 예방게임, 운동프로그램 등도 제공하면서 경로당이 재미와 편의, 건강관리에 안전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복지관으로 변신하고 있다.
3월에는 노인인구가 가장 많은 중앙동에 통합돌봄지원센터가 문을 연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기를 희망하는 노인들에게 샤워, 청소 등 기본적인 돌봄과 보건의료 서비스를 통합 제공해 노인들이 오래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어르신이 행복한 ‘고령친화도시’로 경쟁력 키우겠다”
이종우(사진) 서귀포시장은 16일 “서귀포시의 노인 복지정책이 기존 돌봄 지원 위주에서 고령친화적인 도시 환경 조성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서귀포시의 노인 복지정책이 어르신이 편안하고 활기찬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 인프라를 확대하고 노인의 상태에 맞춘 정책으로 세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세 시대에 노인층에 대한 지원이 시설 입소 확대나 생활비 보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전국 최초로 365일 야간진료 병원을 열고, 소파와 텔레비전만 놓여있던 경로당에 각종 스마트 건강 기기를 보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경제적 관점에서라면 인구가 적으면 병원도 적어야 하지만 인구가 적어도 노인이 많다면 병원은 더 필요하다”며 “병·의원과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가까이 있는 환경이 노년의 행복을 크게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적극적인 돌봄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정보 취득이 어렵고 외로움 등에 취약한 노인들에게는 이들이 가능한 오래 자립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돌봄체계가 필요하다”며 “인공지능 로봇을 보급하고, 재가 노인 지원을 위해 통합돌봄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라고 했다.
서귀포시는 적극적인 돌봄이 필요한 노인층에 대한 지원도 계속 확대한다. 이 시장은 “올해는 2020년 전국 최초로 개원한 치매전담 공립요양원을 증축해 내년부터 정원이 크게 늘어난다”고 부연했다.
이 시장은 “서귀포시는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고령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 고령화 위기를 도시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제주=글·사진 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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