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이 좋다고?… 섭식장애·모유수유 산모는 조심을

민태원 2023. 1. 1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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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기 위한 ‘간헐적 단식’의 모든 것
연초 다이어트로 간헐적 단식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체중 감량을 목표로 단식에 나선다면 음식 먹는 시간을 좀 더 체계적으로 이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16시간 금식후 8시간 식사 보편적
초보자라면 ‘12/12 방식’이 적합
당뇨환자·허약자 등은 상담 먼저
과식·폭식은 오히려 역효과 불러

새해 다짐에서 빠지지 않는 항목 중 하나가 ‘살 빼기’다. 올해는 꼭 성공할 것이라며 의욕 넘치게 다이어트에 도전한다. 요즘 다이어터들 사이에 체중 관리 방법으로 관심을 끄는 것 중 하나가 ‘간헐적 단식’이다. 말 그대로 정해진 시간에만 식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금식하는 원칙을 말한다. 과거 종교나 신념 등을 이유로 시행했다면 최근에는 건강법으로 많이 활용되는 추세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16일 “간헐적 단식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며 “영양 결핍을 초래하지 않도록 영양 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공복 시간이 지나치게 길지 않을 경우, 또 그 방식이 자신에게 잘 맞는 일부 군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 관련 연구를 보더라도 연구 목적에 따라 긍정과 부정적 효과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간헐적 단식의 과학적 원리는 몸에 영양 공급을 일정 시간 차단함으로써 인체가 에너지원으로 포도당 대신 지방을 쓰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이선호 가정의학 전문의(글로벌365mc대전병원장)는 “음식 섭취를 통해 혈액으로 들어온 포도당은 식후 2~3시간이면 세포 속으로 흡수돼 에너지원으로 쓰이는데, 이를 모두 소모하면 그때부턴 지방을 연소한다”며 “식후 3시간 이후 다음 식사까지 복부나 허벅지, 팔뚝 등에 저장된 지방이 에너지 연료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헐적 단식은 결국 공복 시간을 늘림으로써 체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연장하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나온 간헐적 단식법은 최소 12시간 금식부터 최대 48시간 금식까지 다양하다. 정답은 없다. 개인의 일과, 식습관, 생활 패턴에 따라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나 가장 보편적인 것이 16시간 금식 후 8시간 식사 가능한 ‘16/8’방식이다. 식사를 오전 9시~오후 5시에 하고, 이후 금식하는 사이클이 세 끼에 맞게 챙겨 먹을 수 있고 야식이나 늦은 시간 식사를 막을 수 있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평가다.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전 10~12시부터 오후 6~8시까지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하고, 저녁을 먹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전 6~7시부터 오후 2~3시 사이 아침과 점심을 먹는 식으로 조정하면 된다. 이 전문의는 “야식을 끊는 것만으로도 체지방을 줄이는데 도움 된다”면서 “평소 저녁에 식사를 몰아하거나 회식·모임이 많거나 야식 습관을 가졌든 사람들은 체중이 줄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보자는 12시간 먹고 12시간 금식하는 ‘12/12’ 방식으로 많이 시작한다. 깨어있는 시간 음식 유혹을 참기 힘든 사람의 경우 수면 시간에 단식을 통해 자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 7시에 첫 식사를 하고 저녁 7시 마지막 식사를 끝내는 게 좋다.

금식 시간에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열량 있는 음료는 제한해야 한다. 단식 중 힘이 없거나 갑자기 피곤해지는 경우 소금을 조금 먹어주면 도움이 되는데, 염도가 낮은 히말라야 핑크솔트가 유리하다. 대한고혈압학회의 1일 소금 섭취 권장량은 6g 이하지만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의 경우 최소 8g 섭취가 권고된다. 혈당을 올리지 않는 음료들은 조금씩 섭취해도 무방하다.

식사 가능 시간대라고 해서 끼니와 상관없이 먹을 것을 입에 달고 지내면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강 교수는 “식단이나 음식 종류에 상관없이 먹게 되면 하루 총 섭취 열량이 많아져 체중 조절 효과를 얻기 힘들며 영양 결핍이나 불균형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면서 “간헐적 단식을 하더라도 식단은 양질의 단백질, 채소,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 균형을 맞추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해야 건강을 지키면서 체중 조절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간헐적 단식에 주의해야 할 사람이 있다. 당뇨병 등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주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허약한 사람은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꼭 의사와 상담한 뒤 계획을 세워야 한다. 섭식장애(먹고 뱉고 토하는 거식증, 폭식증 등)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음식 집착이 커지기 쉬워 권장되지 않는다. 임신부나 모유 수유 중인 산모도 지속적인 영양 공급이 필요한 만큼 수유 등이 끝난 뒤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헐적 단식 중에 위통이나 소화 장애, 탈모, 월경불순, 빈혈이 있으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

강 교수는 “간식·야식을 참기 어려운 사람,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식사량이 늘어나거나 폭식을 하는 경우, 식단 관리가 잘 안 되는 사람은 오히려 살이 찌는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살 빼기를 목표로 간헐적 단식에 나선다면 음식 먹는 시간을 좀 더 체계적으로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과식에 주의해야 한다. 이 전문의는 “단식을 앞두고 있다고 의식하는 만큼, 식사 가능 시간에 무의식적으로 미리 많이 먹어두겠다는 보상 심리가 발동한다”며 “식사 때 평상시 보다 음식을 더 먹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간헐적 단식 중이니까 뭘 먹어도 살 안 쪄’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고칼로리와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 액상과당만 먹는다면 아무리 오후 5시 이후 먹지 않아도 생각만큼 살이 빠지지 않는다. 이 전문의는 “감정 컨트롤 또한 중요한데, 살을 빼기 위한 단식을 하고 있어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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