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잔씩 뽑아도 월 155만원 번다"…1500원 커피 잔혹사
최근 커피 업계는 ‘초가성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을 1500원에서 900원까지 낮춘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가 등장한 데다 1300원대 편의점 원두커피, 2000~3000원대 편의점 즉석음료(RTD)까지 가세하면서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가장 많은 신규 개점을 한 커피 브랜드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1500원 전후에 파는 ‘메가커피’(397곳) ‘컴포즈커피’(337곳) 등 저가 프랜차이즈였다. 지난 2018년 신규 개점 1·2위였던 ‘이디야’(298곳) ‘투썸플레이스’(165곳)가 3000~40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해 저가 커피 브랜드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사실 카페 시장에서 자영업자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자본을 들여 도심 외곽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내거나, 소자본으로 도심지 골목에서 싸고 맛있는 커피를 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규로 개점한 커피숍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2000원으로 수렴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중소도시 오피스 상권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A씨의 한 달 정산서를 재구성해봤다. 아메리카노 기준 2500원에 판매했다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500원으로 가격을 내린 곳이다. A씨에 따르면 1500원 아메리카노는 원두 500원, 컵과 홀더·빨대 등 부자재 100원 등 원가가 600원대다. 여기에 부가세 150원을 제외하면 이 한 잔을 팔아서 남기는 이윤이 750원이다. 중저가 커피의 경우 원두는 1㎏에 1만원대 중후반 혹은 2만원대 원두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커피 한 잔에 원두를 20g가량 사용하니까 40~50잔 정도를 내릴 수 있다.
기본 메뉴인 아메리카노를 주력으로 판매한다고 했을 때 1500원 커피는 하루 200잔을 팔아도 매출이 30만원 남짓이다. 잔당 750원을 남길 경우 월 수익(영업일 22일 기준)은 330만원이다. 이곳 56㎡(약 17평) 매장의 월세는 110만원, 관리비·운영비가 월 65만원이 든다.
관리비·운영비에는 상가 관리비와 수도·전기료·인터넷 등 공과금 50만원, 정기 소독 5만원, CCTV 6만원, 포스기 대여료 3만원 등이 포함된다. 고정비용만 175만원쯤 나가는 셈이다. 점주 혼자서 운영한다고 하면 200잔을 팔았을 때 155만원이 남는 셈이다.
물론 200잔 이상으로 박리다매를 한다면 더 많이 가져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박리’는 정해져 있는데, ‘다매’하기는 쉽지 않다. 백영현 서울 서대문 브로든커피 대표는 “무작정 매출이 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며 “한 달에 1000만원 매출까지는 1인 점주도 가능하지만, 1200만원만 넘어가면 혼자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그만큼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근 높아진 인건비도 발목을 잡는다. 한 전직 카페 업주는 “하루 30만~50만원 매출을 위해 커피 200잔을 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중노동”이라며 “아르바이트를 쓰려고 해도 주휴수당 포함해 시급 1만원에 육박하는 인건비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주휴수당이 부담돼 주 16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루 4시간씩 3일 일하는 식으로 근무시간을 쪼개는 업주들도 많다. 이럴 경우 적당한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10만 개에 육박하는 카페들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포화’를 넘어 ‘자멸’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고 봐서다. 조원진 커피 컬럼니스트는 “늘어나는 카페를 지금까지는 커피 문화 저변이 넓어지면서 소화해왔지만 이제는 한계”라며 “최근 커피머신 수입량이 조금씩 떨어지는 지표가 나오는 등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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