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해도 열심히 살아요” 새벽버스 8146번 첫 운행날

양한주 2023. 1. 1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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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3시40분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버스 차고지 앞에 60대 2명이 몸을 움츠리고 서 있었다.

이날은 오전 3시50분에 첫차 운행을 시작하는 '새벽 버스' 8146번의 첫 운행 날이었다.

그는 지난 2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새해 첫 출근길을 나서는 버스 승객들을 만나러 왔을 때 '첫차 시간을 당겨달라'고 직접 민원을 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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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50분 첫차 동행
“이 시간 승객, 대부분 미화 일”
“뛰기 바빴는데, 시간 당겨져 다행”
한 총리 지시 이후 15분 당겨져
16일부터 오전 3시50분으로 첫차 시간을 15분 앞당긴 8146번 '새벽버스'에 사람들이 가득 탑승한 모습. 양한주 기자

16일 오전 3시40분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버스 차고지 앞에 60대 2명이 몸을 움츠리고 서 있었다. 간간이 눈발이 휘날리는 영하 6도의 날씨에 이들은 외투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버스 불이 켜지기를 기다렸다. 이날은 오전 3시50분에 첫차 운행을 시작하는 ‘새벽 버스’ 8146번의 첫 운행 날이었다. 8146번은 상계동에서 한강을 건너 서초구까지 달리는 새벽 노동자들의 발이다.

첫차에 탄 정남희(69)씨는 일터에 나가는 길이라고 했다. 정씨는 6년째 서울 강남구의 한 고층 빌딩에서 미화 일을 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15분 늦게 출발하는 146번 첫차에 탑승했는데, 이날부턴 8146번에 몸을 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자신의 ‘고정석’인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 정씨는 “이 시간에 버스를 타는 사람은 대부분 강남에서 미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정씨는 근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다. 하지만 건물 입주 회사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청소를 마치려면 30분 일찍 도착해야 한다. 정씨는 “몇 분 더 일찍 도착하느냐에 따라 그날 업무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리면 뛰어가기 바빴다. 시간이 당겨져서 다행”이라고 했다.

12년째 새벽 버스를 타온 A씨(68)는 이날도 맨 뒷좌석 왼쪽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는 지난 2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새해 첫 출근길을 나서는 버스 승객들을 만나러 왔을 때 ‘첫차 시간을 당겨달라’고 직접 민원을 한 인물이다. A씨는 주변 승객에게 “오늘 그 아저씨는 안 탔네…”라고 물으며, 다른 사람의 안부를 챙겼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첫차에 오르는 이들은 그래도 일할 수 있는 하루에 감사하다고 했다. 늘 버스에 오르던 사람이 보이지 않아 걱정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16일 오전 3시50분에 첫차 운행이 시작된 8146번 '새벽버스'에 탄 승객들이 만원버스의 번잡함을 줄이기 위해 메고 있던 가방을 좌석 앞쪽 빈 공간에 쌓아둔 모습. 양한주 기자

새벽 버스도 운행 시작 30분 정도가 지나면서 ‘만원 버스’가 됐다. 이른 새벽 버스를 탄 이들은 꽉꽉 채워지는 승객들 틈에서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중랑구 먹골역에서 버스에 오른 김동신(62)씨는 빈 좌석이 없어 서서 손잡이를 잡았다. 그는 코로나19로 남편 사업이 힘들어지자 지난해부터 빌딩 청소를 시작했다. 김씨는 “사람이 많을 땐 숨이 막히고 다리가 막 껴서 아플 정도”라며 “앉아서 갈 수 있을까 해서 일찍 나왔는데…”라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승객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만원 버스 출근길을 버텼다. 중화역에서 버스에 오른 승객들은 자연스럽게 가방을 벗어 자리에 앉은 이들에게 건넸고, 앉은 사람들은 좌석 앞쪽 빈 곳에 가방을 올려뒀다. 주변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며 챙기던 B씨(66)는 “사람이 많을 땐 서로 허리를 잡고 버틸 때도 있다. 서로 힘든 일 하는 사람이란 걸 아니까 더 배려하게 된다”며 웃었다.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는 심야버스(N버스)도 있지만, 새벽 버스를 타는 이들에게 N버스 요금(2150원)은 부담스럽다. 조조할인이 적용된 일반버스의 요금은 960원으로, N버스가 2배 이상 비싸다. 이영숙(54)씨는 “만원버스가 싫어서 N버스를 타본 적도 있는데, 최저임금 받는데 내가 2배 넘는 요금을 내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다.

버스가 영동대교를 건너 강남 지역에 들어서자 승객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앞당겨진 첫차 시간은 15분이었지만, 도착까지 단축된 시간은 삼성역 기준 8분 정도였다. 정류장마다 내린 8146번 버스 승객들은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건물 안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글·사진=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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