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의미심장 현충원 방문…김기현은 "김장연대 철 지났다"

김준영 2023. 1. 1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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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은 16일 “저는 말 그대로 정통 보수”라며 “한 번도 당을 떠나본 적 없는 보수의 원류라고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과 온라인 메신저 공보 채팅방을 통해 서울 국립현충원 비공개 방문 사실을 알리며 이같이 밝혔다.

16일 서울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나경원 전 의원. 사진 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전당대회 출마 의사 피력 후 친윤계와 갈등을 빚는 나 전 의원의 이날 메시지는 보수 정통성에 방점이 찍혔다. 이승만ㆍ박정희ㆍ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과 독립유공자묘역ㆍ무명용사묘역에서 참배한 사진과 함께 그는 “보수의 뿌리이자 기둥인 지도자 곁에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의 시간이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 보수의 자랑스러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저는 지금껏 흔들림 없이 정치를 해왔다”며 “2019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조국 사태’에 분노한 당원과 함께 ‘조국 사퇴’를 외쳤다.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민의 열망과 부름에 ‘법치의 결단’으로 답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앞으로도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자랑스러운 보수를 만들기 위한 저의 길은 계속될 것이다. 영원히 사는 정치를 하겠다”고도 말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서울 동작구 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 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통상 정치권에서 현충원은 출마 선언 당일 찾는 상징적인 곳으로 꼽히는 만큼, 나 전 의원도 사실상 출마 의지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 전 의원을 돕는 박종희 전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출마 의지는 명확해 보이지 않느냐”며 “윤 대통령의 순방 귀국 후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내일(17일) 나 전 의원은 보수의 성지 대구에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나 전 의원은 반(反)김기현 구도도 모색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지난 15일 “제2의 진박(眞朴ㆍ진실한 친박근혜)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라고 반격하자, 기존에 수도권 연대를 맺었던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과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이 호응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서울 동작을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기현 의원(울산 남을)과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은 영남에 기반을 두고 있다.

15일 “진박 감별사와 비슷한 행태가 이번 선거에 재연되는 것은 우리가 망하는 길”이라고 한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은 16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김장연대는 본질이 영남 연대다. 더 문제는 ‘김장연대에 줄을 안 서면 공천을 못 받을 것’이라는 공포 정치가 (있다는 게) 본질에 가깝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 사진 각 의원 페이스북 캡처

윤상현 의원도 전날(15일) “화합의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이 오히려 불신과 비방, 분열과 대립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에 책임이 큰 윤핵관 내 일부 호소인들은 깊이 자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내에선 반김(反金) 연대가 쉽게 형성된 데 대해 “초선 의원까지 나서 중진 나 전 의원을 집단 따돌리는 건 보기 좋지 않다”(영남 초선)라거나 “친윤계가 계파 줄 세우기로 당권을 잡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에 좋지 않은 효과를 낼 것”(수도권 초선)이란 우려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이에 김기현 의원은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교감을 이룰 자신이 없는 사람이 공연히 트집 잡기를 하면서 ‘윤심팔이’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한다”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나경원이든 유승민이든 얼마든 나오시라”라고 했다. 이날 언론 인터뷰에선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이라는 표현도 썼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다만 그는 김장연대에 대해선 “김장연대란 말은 이미 철 지난 것으로, 그런 용어는 안 써주셨으면 좋겠다”며 “이번 전당대회가 ‘연포탕’(연대ㆍ포용ㆍ탕평)이라는 결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후보를 다 안고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심을 앞세우던 레이스 초반 모습과 결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 전 의원을 거세게 비판하던 장제원 의원 역시 이날 공개 발언을 삼갔다.

한편 지난 9~13일 조사해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했다. 국정운영 긍정 평가가 지난주에 비해 1.6%포인트 하락한 39.3%로 나타나 5주 만에 30%대로 떨어졌다. 리얼미터는 “나 전 의원과의 갈등이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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