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본회의 넘기자, 與 법사위로…방송법 전초전 된 '쌀 싸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 수순을 밟던 양곡관리법이 16일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결정으로 법사위 법안2소위(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이에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격하게 항의하면서,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회의 시작부터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한 데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28일 본회의 직접 부의 절차에 올린 양곡관리법을 김 위원장이 다시 법사위로 끌어왔기 때문이다.
2시간 20분가량 이어진 여야 공방 끝에 김 위원장이 해당 법안을 법안2소위로 넘기자, 민주당은 격하게 항의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환원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사과를 거부하며 “민주당이 여타 법들도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한 게 더 문제 아닌가”라고 맞받아쳤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이거나 가격이 5% 넘게 하락하면 초과 생산되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법안이다. 민주당은 쌀값 안정화 차원에서 당론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채택하고, 지난해 10월 농해수위에서 단독 의결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쌀을 강제 매입하게 될 경우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길 수 있는 이유로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여야 설전이 반복되는 가운데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3시 40분쯤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회의를 진행할 수가 없다. 다 2소위로 보내라”고 외치며 퇴장했다. 이들은 이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사위 2소위 회부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기동민 의원은 “말이 토론이지 양곡관리법처럼 본회의 직회부될 가능성이 있는 방송법·간호법·의료법을 사전 봉쇄하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이 날 충돌이 방송법 처리를 앞둔 기 싸움 성격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달 2일 국회 과방위에서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이사의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시민단체에 분산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는데, 이 법안이 양곡관리법의 선례에 따라 강행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지난달 “(법사위에서) 60일간 논의 없이 계류하면 다시 상임위로 가서 상임위원 5분의 3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될 수 있다”며 이 같은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강행 추진 법안을 줄줄이 법안2소위로 회부하더라도, 169석 민주당의 강행 처리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곡관리법의 본회의 부의 요구는 국회법(제86조 3항)에 따라 60일 내 법사위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이뤄지는 것으로, 법안2소위 회부와 무관하게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양곡관리법이 본회의에 회부된 날(2022년 12월 28일)로부터 30일만 지나면, 본회의에서 상정 여부를 묻는 무기명 투표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민주당 관계자는 “방송법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궁에 귀신 붙었다" 수십명 성추행 무속인…굿값도 수천만원 | 중앙일보
- "이미 품절됐다" 김건희 UAE순방길 든 베이지색 가방 가격 | 중앙일보
- '현대가 며느리' 리디아 고, 뉴질랜드 신혼여행 중 홀인원 대박 | 중앙일보
- PT와 요가 수업받았다…평양 브이로그 유튜버 '유미' 정체 | 중앙일보
- 뱃사공, 불법촬영 인정…피해자 남편 던밀스 "뻔뻔하다!" 소동 | 중앙일보
- 이건희 장례 때 취토도 했다…0.02%, 삼성 왕별은 누구 | 중앙일보
- 기독교 전무했던 '힌두교 나라'…네팔 뒤집은 한국인 정체 | 중앙일보
- 굉음 뒤 화염, 미소는 비명으로…네팔 희생자 마지막 순간 (영상) | 중앙일보
- "전두환 시대에 나 건들면 지하실"…'장제원 아들' 노엘 또 가사 논란 | 중앙일보
- 아크부대 간 김건희 여사 "사막여우 많나요?" 윤 "별걸 다 알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