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윤 우두머리' 공격 받자 ‘진윤·멀윤’으로 역공 나선 나경원

김다영 2023. 1. 1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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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무명용사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나경원 전 의원의 저출산위 부위원장 전격 해임으로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둘러싼 친윤(親尹)·비윤(非尹) 논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 전 의원 측은 진윤(眞尹)·멀윤(멀어진 윤석열의 사람들) 프레임으로 반격에 나섰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16일 라디오에서 장제원 의원을 향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다는 분이 이렇게 전면에 나서서 경선전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우리는 진윤과 멀윤이라고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전날 윤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부적절하게 끌어들인다며 ‘친윤, 반윤이란 말을 쓰지 말라’고 경고하자 이를 반박하며 진윤·멀윤을 꺼낸 것이다. 특히 진윤은 2016년 친박 가운데 ‘진짜 친박’을 감별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진박(眞朴)을 빗댄 말이라 계파정치의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전날 나 전 대표도 “제2의 진박감별사가 당을 쥐락펴락한다”며 장제원 의원을 겨냥했었다.

그러자 친윤계에서는 나 전 의원을 비윤을 넘어 반윤(反尹) 주자로 규정하고 나섰다. 장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저는 제2 진박감별사가 될 생각이 결코 없으니 나 전 의원도 ‘제2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을 ‘반윤의 우두머리’로 칭하기도 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윤 정부에서 가장 중차대한 저출산고령화 문제, 기후변화 문제를 나 전 의원에게 맡겼는데 대통령의 그 믿음을 배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비윤계 허은아 의원은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핵심이라는 일부 윤핵관이라는 분들이 한목소리로 경쟁자들을 향해 ‘반윤’이라고 낙인찍고, 집단 린치를 가하는 상황이라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반면에 나 전 의원은 반윤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40조원 규모 투자 유치를 언급하며 “정권교체 이후 탈원전정책 정상화를 해나가고 있다. 큰 성과를 이끌어낸 윤 대통령께 감사드리며, 남은 일정도 건강히 소화하고 돌아오시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20일 나 전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얘기가 돌자, 나 전 의원 측은 “낭설”이라며 “국익을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대통령께서 귀국하시게 되면 그때 가서 고려해 볼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도 윤 대통령 띄우기에 가세했다. 안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칭찬함과 동시에 김건희 여사에 대해 “외교에서 하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며 “(김 여사가)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장제원(오른쪽)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봉근 기자


비윤으로 분류된 당권주자들은 현재 당내 진윤은 ‘장핵관(장제원 핵심 관계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안철수 캠프 선대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에게 ‘반윤 우두머리’라며 싸우는데, 김기현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장제원 의원이 앞장서서 싸우고 있다”며 “김장연대는 따지고 보면 ‘김 의원을 찍으면 장 의원이 다 하는 거 아니냐’는 일설이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윤핵관 투톱’으로 분류됐던 권성동 의원은 지난 5일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잠행에 들어갔다. 한때 윤핵관으로 불렸던 윤한홍 의원도 최근 조용하다.

이에 따라 최근 김기현 의원을 공개지지하는 장제원·이철규·배현진·김정재·박수영 등이 '진윤 5인방'이라는 게 경쟁 후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7월 15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이를 의식한 듯 장 의원은 한발 물러나겠다는 입장이다. 장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내가 할 역할을 다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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