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둔화' 소식에도 "올해 경기침체" 경고, 3가지 이유
미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는데도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은 여전히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기조를 쉽게 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61%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조사치(63%)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 수준이며,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중순과 비슷한 수치다.
올해 금리 인하를 전망한 비율은 51%로, 지난 조사(60%)보다 더 감소했다. 심지어 소수(4.6%)는 내년(2024년) 하반기에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표상으로 인플레이션 둔화가 나타나는데도 이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Fed의 '2%' 고집과 서비스 물가
도이체방크의 브렛 라이언과 매튜 루체티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높은) 근원 서비스 물가와 같은 지표는 공급 우위의 고용 시장과 연계돼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Fed는 긴축 궤도를 유지할 것이고, 이는 급격한 실업 증가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지더라도 Fed의 물가 목표치인 ‘2%’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도 변수다. WSJ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올 연말 기준 물가 상승률을 3.1%로 전망했다. 최근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 미국 석학들을 중심으로 목표치를 현실적으로 2%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Fed는 이 목표치를 고수하고 있다.
②휘청거리는 글로벌 빅테크
뉴욕 증시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경영 환경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좋지 않다는 점도 경기 악화 요인이다.
여기에 미국·유럽발(發) 규제 압박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최근 WSJ 기고문을 통해 “빅테크가 극단주의와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디지털시장법(DMA)을 통과시키는 등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③中 경제 반등의 역설
전문가들은 오는 22일 중국 최대 명절 ‘춘제’ 이후 확진자가 정점을 찍은 뒤 올해 2분기부터 안정 추세를 보이며 소비와 투자 회복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2대 경제 대국인 중국 수요가 회복되면 대중(對中)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세계 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 역시 크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5.1%를 기록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유지됐을 때보다) 약 0.9%포인트를 추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Fed의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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