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들 소름 돋는다"…K드라마 학폭에 세계가 놀랐다
“학교 폭력과 그것이 남기는 상처는 한국 드라마에서 언제나 불안하고 무서운 기운을 드리우는 존재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 대해 한 해외 시청자가 글로벌 리뷰 사이트 IMDb에 남긴 평가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1(8부작)은 공개된 지 2주가 넘었지만 여전히 OTT 통합 콘텐트 랭킹 1위(1월 2주차 키노라이츠 집계)를 차지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가 공식 집계하는 주간 톱10 랭킹(1월 2~8일)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에서도 1위에 오르며 해외에서의 높은 관심도 입증했다. 아직 드라마 전체 분량(16부작) 중 절반 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학창시절 끔찍한 학교 폭력에 시달린 여자 문동은(송혜교)이 복수를 차근차근 설계해나가는 과정만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K드라마 핵심 소재된 학폭…태국에선 고발 운동까지
위와 같은 시청자의 반응대로, 비단 ‘더 글로리’뿐 아니라 최근 여러 K드라마들에서 학교 폭력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개돼 호평을 받은 웨이브의 ‘약한영웅 Class1’도 상위 1% 모범생이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안팎의 폭력에 맞서는 이야기를 본격 학원 액션물 장르로 풀어낸 사례였다. 두 작품만큼 대중적 화제를 일으키진 못했지만, 지난해 티빙이 선보인 ‘돼지의 왕’도 어린 시절 학교 폭력의 상흔이 깊은 주인공이 가해자들에게 사적 복수를 해나가는 범죄 스릴러로, 장르적 강점을 잘 살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다.
이 밖에도 ‘3인칭 복수’(디즈니+), ‘소년심판’(넷플릭스) 등 지난해 공개된 여러 드라마들이 학생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학교 폭력 사건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외국 관객들 사이에서는 “한국 학교들이 어떤지 알 순 없지만, 드라마 상에서 한국 청소년들은 모두 못되고 소름 돋는다”(‘더 글로리’ IMDb 평가)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태국에서는 ‘더 글로리’의 인기를 계기로 학교 폭력 고발 릴레이가 SNS에서 퍼지면서 유명 배우들이 잇달아 과거 잘못을 사과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할리우드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MeToo)이 전 세계에 성추행 폭로 물결을 일으켰듯, 한국의 학교 폭력 소재 드라마가 ‘더 글로리 타이’(#TheGloryThai)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촉발하며 사회적인 파급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학폭, 사회 모든 문제 집약하는 현상
이처럼 학교 폭력이 K드라마의 핵심 소재로 떠오른 이유로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 용이하다는 점에 더해, 학교 폭력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들을 내포한다는 점이 꼽힌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라는 공간은 모든 사람이 사회화를 처음 경험하는 곳인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의 무한 경쟁 세태와 그로 인한 소외 등 모든 사회적 문제들이 싹트는 출발점”이라며 “갈등을 자극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관객의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널리 소재로 다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글로리’의 경우 교사와 경찰, 피해자의 부모까지도 가해자의 재력 앞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계급적 불평등, 공권력의 부패와 같은 사회 문제들을 짚어냈다. 다른 학교 폭력 소재 드라마들도 어른들 세계의 부조리를 교내 폭력 문제와 결부시켜 확장한 사례들이 호평을 받았다.
학교 폭력은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고질적인 병폐인데, 표현 수위가 높은 OTT의 등장을 기점으로 한층 더 콘텐트의 전면에 드러나게 된 측면도 있다. 실제로 ‘더 글로리’ ‘돼지의 왕’ ‘약한영웅’ 등 최근 나온 학교 폭력 소재 드라마들은 과거 지상파 방송에서는 시도하기 힘들었던 적나라한 폭력 묘사로 ‘청소년 시청 불가’ 등급을 받았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학교 폭력은 과거부터 영화·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는데, 수위 조절이 자유로운 OTT로 콘텐트들이 넘어오면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됐다”며 “학교 폭력과 직결된 부의 양극화와 같은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피해자가 사회 시스템 밖에서 자력 구제, 즉 사적 복수를 하는 이야기도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학교 폭력은 청소년들이 주체이자 대상이라는 점에서 미디어에서 묘사할 때 그 파장을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평론가는 “학교 폭력을 다루면서 액션을 지나치게 멋있게, 쾌감을 선사하는 목적으로 묘사한다면 폭력의 잔인함이 묻혀버리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적나라하게 묘사하더라도 피해자의 고통에 이입할 수 있도록 연출하고, 사회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방향의 이야기를 담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구 교수도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난무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이를 내면화하는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학교 폭력 근절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는 요소도 대중문화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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