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이 MBTI도 바꿨다"…심규현 렛서 대표 [정호진의 스타트업나우]

정호진 2023. 1. 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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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정호진 기자]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역사적인 대국을 벌인 지도 벌써 7년이 되어갑니다. 현재 알파고, 챗GPT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한 사례가 하나둘씩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사용자 입장에선 인공지능이 무언가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 생활에 어느 영역까지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막연한데요.

이 가운데 '인공지능의 대중화'를 목표로 창업한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카이스트 AI대학원의 같은 연구실 소속 5인방이 창업한 '렛서'는 현재 스타트업을 상대로 AI 솔루션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는데요. 일찍이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삼성전자, LG, 스마일게이트 등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고, 올해 30억~50억 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심규현 대표, 김태희 부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 AI 전문가 부족한 현실…"지금이 '적기'다 싶었죠"

"인공지능이 상용화될 것이라는 건 너무 명확하잖아요. 국내에서도 많은 스타트업 AI 솔루션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전문가들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외주 용역, 또는 비싼 라이센스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죠."

렛서는 카이스트 AI대학원의 같은 연구실에 있던 5명이 지난 2021년 공동 창업했습니다. 심규현 대표는 현재 휴학 후 사업을 이끌고 있는데요. 심 대표는 연구실에 과제를 맡긴 고객들이 대부분 스타트업이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AI 솔루션이 필요하지만, 일반 기업들이 제공하는 솔루션은 너무 비쌌기 때문에 대학원 문을 두드린 것이었죠. 업계에 따르면 AI 라이센스를 사용하기 위해선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렛서는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인공지능을 자체 개발할 수 있는 템플릿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일반적인 AI 라이센스 사용료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김태희 부대표는 "기업들은 AI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AI로 당면한 문제를 풀어내는 게 목적이지만, 예산이 부족한 경우를 많이 봤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비즈니스 요구 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는 AI를 개발하면 정말 많은 사람이 쓸 수 있겠구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렛서의 솔루션은 특정 산업이 아닌, 보편적인 환경에 사용되는 유형의 AI를 템플릿으로 만들며 가격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만일 '개와 고양이'의 데이터셋을 올린다면 개와 고양이를 쉽게 분류할 수 있고, MRI나 CT에서 암을 확인하고 싶다면, 데이터셋을 업로드하는 것만으로도 암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렛서는 지속적으로 연구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심 대표는 "AI기업으로서 고객이 저희를 믿으려면 전문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관점에서 국제학회에 논문도 4편 정도 출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기업이 원하는 바에 맞춰 AI 솔루션을 제공해준다는 렛서는 스타트업계에서 입소문을 탔습니다. 렛서는 지난해 30여개 파트너사를 확보했고, 약 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죠. 현재 템플릿이 지난해 1월에 개발된 것이니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기간 내에 거둔 성과입니다. 심 대표는 "올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템플릿을 만들며 수요 기업을 모으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스타트업, 소규모 기업 100군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실현된다면 30억~50억 정도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연구실과 달랐던 창업 현장…"SNS 통해 멘토 수소문"

"처음에는 공대에서 5명이 창업한다는 관점에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회사 경력이 많지도 않고, 대부분 학생이었던 사람들이 창업을 하다 보니까 경험이 말 그대로 부족한 게 좀 가장 어려웠던 점이었던 것 같아요. 경험 부족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힘들었어서 많이 도움을 구하러 다녔죠." 창의적인 아이템을 내세우며 업계의 주목을 받은 렛서. 하지만 연구와 실제 사업은 다른 영역이었습니다. 렛서 창업진은 창업 이후 경험 부족으로 인해 겪은 어려움도 많았다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김태희 부대표는 "회사 경영, 재무회계,그리고 조직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부터 고객 응대 등 정말 사소한 부분들부터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심규현 대표도 "사업을 실제로 운영하고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투자, 경영, 사업 등 어떤 문제가 앞으로 닥칠지 모른다는 그 위험이 제일 무섭고 힘들었다"고 말했죠.

이 과정에서 렛서의 유망성을 알아본 기업들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렛서는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LG 슈퍼스타트 등 프로그램에 선정됐는데, 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멘토링 시스템 등 실질적인 사업 운영에 다양한 도움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심규현 대표는 "실제 사업 경험이 있으신 분이 사업을 진단해 주고 많은 문제를 같이 고민해줬다"며 "각자 파트너님들이 배정돼 자기 팀처럼, 저희 사업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그런 문제에서 잘 고민을 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무회계, 투자, 법률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아 많은 문제들이 해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경험 부족뿐만 아니라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점도 어려움 중 하나였습니다. 업계에선 투자 결정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VC 대표가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릴 정도입니다. 심규현 대표는 "렛서가 유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출신 임에도 대표님들이 투자에 대해 굉장히 어렵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투자 케이스도 확실히 줄었고, 저희가 느끼기에도 보수적으로 투자가 이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렛서는 신규 아이템의 경제적 합리성을 재차 검증하고, 확대되는 정부 지원 제도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밖에선 E, 집에선 I' MBTI도 바꾼 스타트업 창업

"창업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니 MBTI도 달라졌어요. 대표 스위치를 켜면 E가 되지만, 집에 가면 다시 방전되는 I죠. 지금은 아직 쿨타임이 돌고 있는 거예요.(웃음)" 본인의 MBTI가 'INFP'였다고 밝힌 심규현 대표. 일반적으로 INFP는 내향적이고, 자신만의 공상을 많이 하는 성격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심규현 대표는 창업 이후 대표로서 여러 활동을 하다보니 본인의 MBTI도 바뀌었다고 설명합니다. 일반적으로 내향적인 성향이 강했지만, IR 활동을 비롯해 외부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김태희 부대표는 "지금은 (심규현 대표가) 스위치가 켜진 상태이지만 사석에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말했고, 심규현 대표도 "일정이 있고 난 뒤에는 생각을 정리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갖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창업 이후 MBTI가 바뀐 건 심규현 대표만의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김태희 부대표도 창업 이후 MBTI 검사에서 본인의 MBTI가 'ENTJ'로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즉흥적인 성격(P)이었지만, 몰린 업무를 처리해야 하다보니 성격이 계획적(J)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김태희 부대표는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에도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갈 만큼 즉흥적인 성격"이라며 "하지만 렛서에선 컴퓨터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업무툴에 전부 정리되어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호진기자 auv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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